나는 방송인 김준현을 좋아한다.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을 즐겨 보는 이유 또한 단지 '먹방'을 시청하는 즐거움보다, 음식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는 그의 표정과 행복함을 엿보기 위함이 훨씬 크다. 어른이 된 후 식탐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무척 수치스럽다고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김준현이라는 사람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단순히 탐한다라기 보다는, 음미하고 즐기고 그 끝에 본인만의 고유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인다. 왜 다를까.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행동을 옆에서 보는 일은 무척 거북한 일이 맞는데, 왜 이 사람은 이토록 찾아보게 만드는 것일까? 매주 그를 보면서 궁금했다.
김준현은 무척 많이 먹는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하지만 음식이 나오면 말없이 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참을 먹고 나서야 나름의 감탄과 묘사를 시작하는 특징이 있다. 호들갑스레 옆사람에게 어서 먹어보라고 권하거나, 엄지를 척척 올리며 과장되게 맛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그저 땀을 흘려가며 맛있게 계속해서 먹는다. 심지어 음식을 가지리도 않는다. 편의점이든 백반집이든 오마카세 식당이든 그는 그곳에서의 고유한 맛을 찾고 즐기고 한결같이 행복해한다.
프로그램 중에 언젠가 그는 말했다. "나는 확고해. 난 맛있는 거 사 먹으려고 돈 벌어."
김준현이 하는 말이라서 더 진정성(?)이 느껴졌겠지만, 그를 내가 애정하게 된 데에는 아마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선명하게 알고 찾아 즐기는 이의 멋짐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는 김준현이라는 사람은 '식도락가'에 가깝다. 식도락가는 '여러 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라는 뜻 이라는데, 읽자마자 이건 김준현이다 싶었다. 흔히들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미식가라고 칭하지만, 이 또한 뜻을 찾아보니 '음식에 대하여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란다. 아무리 봐도 내 기준에서 김준현 씨는 식도락가에 더 가깝다.
무엇보다도 그는 눈치 보지 않는다. 많이 먹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음식을 즐기는 스스로를 조금 더 보살필 줄 아는 자기애가 있다. 사실 많이 먹느냐 적게 먹느냐의 차이는 상대적인 것인지라 정답이 없다. 내가 만족하는 만큼 먹는 게 가장 현명하다. 하지만 많이 먹는다는 것, 많이 먹고 싶다는 욕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어른을 실체로 마주한 것이 내겐 그가 처음이었다. 꾸밈없는 스스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줄 아는 어른을 본다는 경험을 그를 통해 하게 된 것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숨기고 욕구를 감추는 게 어른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는 적어도 음식 앞에서 솔직해서 편했다.
나의 기호가 타인에게 맞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의 기호를 즐기고 행복해하는 일의 범위는 결국 나에게 한정된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내가 즐기기 위해 마음먹은 일도 결국 세상의 기준과 타인의 시선에 한참을 머뭇거리고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단순히 먹는 일에서 조차 스스럼없이 스스로를 즐겁게 만들 줄 아는 그가 좋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혹은 좋아하는 대상이 꼭 그럴듯해야 할 필요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과, 꾸준히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 줄 아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주에도 미트볼 요리와 김치찌개를 가감 없이 즐기는 그를 보며 나는 즐거웠다. 누가 먹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한다는 사실 자체가 좀 웃기기도 했지만, 귀여운 보조개를 넣어가며 무릎을 치고 너무 맛있다는 한마디를 내뱉는 그가 참 보기 좋아서 덩달아 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