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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 Oct 08. 2019

다시 찾은 이 곳

주거지를 미국으로 옮기고 처음 들른 한국은 여전했다. 풍경도 사람도 느낌도 전과 다를 게 없었다. 다만 한없이 조용하기만 한 미국 시골 동네에서 지내다 온 나는, 서울 도심에 들어서자마자 '와~내가 여기 살았었다고?'라며 조용한 혼잣말을 했다. 그만큼 익숙한 풍경 속에 서 있는 나는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그대로인 것들 속에 나만 오롯하게 전과 같지 않은 생경한 기분이 들어 한참을 서서 눈만 끔뻑였다. 


한국에 도착하고 나면 금방 '와~좋다'와 같은 감정의 호불호를 구분 짓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들 줄 알았는데, 꽤나 무덤덤했다. 도착했다는 연락에 한국 가니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 남편의 질문에도 그냥 아무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원래 나는 엄청 좋거나 엄청 싫은 무언가가 분명했는데, 어느 구석인가 무뎌진 내가 느껴졌다. 무뎌진 내가 싫다 좋다의 감각 조차 없이 그냥 그렇게 조금 변한 내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묻는다. 한국 다시 와보니 어떠냐고. 그냥 뭔가 그대로인데 낯선듯한 느낌 말고는 이렇다 대꾸할 말이 없는 나는 대답이 짧아진다.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반가움과 내가 좋아했던 공간들을 다시 찾는 즐거움 정도가 일상에 없던 새로움일 뿐, 생각보다 많이 무덤덤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이 들어 다행이지 싶기도 하다. 혹시나 다시 돌아온 한국이 너무 좋거나 무척 그리웠다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내가 가장 힘들어할 것이 분명하기에. 너무 좋거나 너무 싫음의 진폭이 줄어든 내가 편안했다.


어느 곳에 머물든 각자의 장단점이 있고, 그래서 특유의 매력이 생겨나며 이제는 어디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누리면서 지내는 방법을 어느 정도는 체득한 듯하다. 발디딘 땅이 어디든 나의 일상은 여지없이 흘러가는 중이고, 그래서 그 날 그 순간 마음이 가는 곳을 향해 버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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