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희 Mar 22. 2021

달고나

음식에는 추억과 사람이따라온다.

오늘 아침에 브런치 작가 조매영님의 글을 읽었다. 

달고나에 관한 아침 일기였다.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물건이나 음식에는 특정 사람이나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정문 쪽에 달고나를 파는 집이 있었다. 친구 생일날 친구 엄마가 생일이라고 점심값을 주셨는데 둘이서 졸업식날에나 먹을 수 있는 짜장면도 먹고 뽑기(달고나)도 실컷 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다. 내가 서울에서 전학 와서 외톨이였을 때 처음 내 손을 잡아 준 친구였다. 친구를 한 명 사귀면 줄줄이 사탕으로 친구가 생긴다. 그 친구는 그 마을의 토박이어서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칠공주파까지는 아니고 대여섯 명이 매일 뭉쳐 다니면서 놀았었다. 도시도 아니고 완전 시골도 아닌 곳이었다. 이 마을 저 마을 뭐 어디 놀 거리 없나 하면서 휘젓고 다녔다. 딱히 돈도 없고 핸드폰은 더욱이 없던 시대인데도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친구는 우리 집보다 잘살았다. 그래서 항상 그 친구가 군것질거리도 더 많이 사주곤 했다. 이십 대가 되어서도 우리는 단짝 친구였다. 도서관도 같이 다니고 남자 친구 이야기며 우리는 비밀이 없었다. 우리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면 아기가 예쁠지 어떨지. 어떤 남자랄 결혼하게 될지. 서로의 이상형을 이야기하면서 꿈에 부풀었던 시절이 있었다. 달고나에서 쟈뎅 커피숍까지 명동에서 이대거리를 누비며 멋 내기에 시간을 보냈던 나이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의 회고록 같다.(풋)


어느 날 도서관에서 둘이서 공부(?)를 하고 나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유모차에 아기를 싣고 오는 두 명의 아기 엄마들이 있었다. 이십 대 후반의 앳된 아기 엄마들이었다. 아기 엄마들은 아기들을 보면서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우리들은 지나가면서 아기들을 힐끗 보았다. 엄청나게 못생긴 아기들이었다. 그런데도 엄마들의 눈에서는 꿀이 떨어졌다. 그때 우리는 어려서 이해를 못했다. 못생긴 아기들을 보고도 예쁘다고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철없던 이십 대가 있었다.)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았다. 

못생긴 아기들이었다.(풋)

우리 둘은 벌 받은 거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못생겼는데 예뻤다. 


달고나 이야기에서 못생긴 아기까지 왔다.(풋)

달고나라고 하면 그 친구가 떠오른다. 그 친구 하면 못생긴 아기가 떠오른다.

작가의 이전글 잊고 싶은 일도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