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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Dec 23. 2021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택배를 보면서…

택배가 왔다.


테니스 가방, 기모 팬츠, 반지… 사고 나기 전에 주문했던 물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배달되었다.

지금 당장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물건을 보니 찹찹한 마음이 든다. 다시 테니스를 할 수 있을까. 기모 팬츠는 내년에나 입을 수 있겠지. 현재의 나에게는 다 부질없는 물건들이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그래도 반지는 집에서도 낄 수 있다. 아픈 사람이 반지는 껴서 뭐하나 싶다가도. 반짝이는 게 예뻐서 손가락에 끼니 기분이 좋아진다. 테니스 가방은 안 보이게 처박아 두었다.


당연했던 일상이 사라졌다.

투덜거리던 월요일도 설레던 금요일도 없다.

당연했던 일상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나서야 깨닫는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고.


4-1=3 이 아니라 4-1=1이다.

해설) 두 손 두 다리에서 다리 하나를 못쓰면 목발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두 손도 못 쓰게 된다. 두 손 두 다리(4)-한 다리(1)=한 다리(1)

이게 뭔 소리지. 아무튼 힘들다는 소리다. 집안에서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이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에서도 적응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손대신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어 목에 걸고 다닌다. 보기는 흉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목발도 조금씩 요령이 생긴다. 이게 몸을 싣다 보니 손바닥과 겨드랑이가 아프다. 점퍼는 입어줘야 한다. 손바닥은 해결을 못했다. 장갑을 껴야 하나… 집에서 얼마나 돌아다닌다고 손바닥이 아픈 걸까. 이상도 하다.


당연했던 일상이 일부 사라졌지만, 계속되는 것들도 있다.

해가 뜨고 달이 뜬다. 아이가 학교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왔던 때가 있었나 싶다. 남편 오는 시간이 이렇게 기다려졌던 적이 있었던가. 아이에게 집에서 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물 한잔, 컵 하나 꺼내는 일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이에게 슈퍼맨처럼 뭔가 다른 애칭으로 부르면 어떨까 제안을 했더니, help guy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내가 아이를 부르면 달려온다. 나만의 히어로가 생겼다.(풋)아이에게는 이게 되는데, 남편에게는 이런 마음이 잘 안 든다. 뭐든 이 정도는 해줘야지 하는 마음 탓인 것 같다. 평생의 숙제다.


일상은 달라졌지만 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자신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되기 위한 존재여야 한다. 그게 짐승이나 신과 다른 인간만의 가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명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것이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현재 감사할 것들에 감사하자.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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