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3
집에만 있다 보니 과거의 일들을 떠 올 릴 때가 많아졌다.
전화번호를 정리하려고 카톡을 열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친한 사람은 몇 안된다.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하고 지냈지만 여전히 카톡 친구로 남아 있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면 알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연락은 하지 않지만 지우기는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혹시나 연락할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카톡 친구로 남아있다.
마치 옷장 속에 입지 않은 옷 같다. 지금은 낡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자주 입었던 옷, 예뻐서 샀지만 손이 안 가는 옷, 자주 입지만 별로인 옷, 오래돼서 입지 못하지만 애정이 가는 옷…
어제는 아주 오래전에 알고 지냈던 이에게 전화를 했다. 연락이 끊기면 너무나 아쉬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큰 아이를 키울 때 복도식 주공아파트에 살았는데, 앞집에 큰 아이보다 한 살 어린아이가 살았다. 아이들이 비슷 엄마들은 자신들의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된다.
세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반가웠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었다. 아이 키우는 게 힘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았던 그 시절이다. 이제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아서 이야기는 과거다. 오래되서 입지 못하지만 애정이 가는 옷에 해당한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련한 추억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씩 옷장 정리를 한다. 여전히 입지 않는 옷이 몇 벌 있다. 버리고 버리고 이제 거의 정리를 다 한 샘이다. 옷을 정리하고 나면 마음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추억은 아름답다. 현재는 힘들고 미래는 불안하다. 그래서 과거를 떠올리면 좋았던 일들만 떠올리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옷을 정리하듯 이제는 단촐하게 살아할 때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