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희 Mar 11. 2022

개와 고양이

그림일기 #2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개를 많이 키웠다. 이런저런 아이들이 나와 함께 했었다. 대부분 혈통이 없는 정통 믹스견들이다. 대부분은 순한 아이들이었지만 한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 아이는 우리 집 막내가 아주 귀여워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커서도 막내를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막내와 친구들이 엉켜 놀다가 다툼이 있었다. 그 걸 본 아이는 상대방 친구에게 달려들어 팔을 물었다. 아마도 막내를 공격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일로 엄마는 막내 친구 가족에게 사과를 했다. 물론 병원 치료 비용도 지불했다. 불행하게도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집 엄마는 화가 안 풀렸는지 그 개와 한 동네에서 살 수 없다고 했다. 그 후에 그 아이는 우리 집에서 없어졌다. 막내는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기억으로는 그 아이를 입양 보내거나 하진 않았으리라 짐작을 했을 뿐이다. 동네 사람들이 그 아이를 죽이라고 했다. 그때는 동물학대에 대한 기준이나 생각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시골 동네 아저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개를 잡아먹던 시절이었으니까. 오늘날 동물 호보법이 강화되었다고는 하나 신문이나 방송에서 동물을 학대하는 일들은 꾸준히 나온다. 아동학대도 여전히 있는 걸 보면, 사람이냐 동물이냐는 문제를 떠나 약자에게 벌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다. 물론 말하지 못하는 동물이 더 약자이니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사건들보다 더 많은 피해사례가 있을 것이다. 그 이후로도 여러 아이들이 우리 집을 거쳐갔다. 이 아이들은 주인을 잘 따른다. 빈집에 들어올 때면 꼬리 치며 반겨주었고 내가 안고 싶을 때 본인이 싫어도 참고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었다. 뭐 성격들이 다 다르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고양이

고양이를 키운 적은 딱 한번 있었다. 아기 고양이를 엄마가 절에서 데리고 왔었다. 아기 고양이는 작고 귀여웠다. 귀찮을 정도로 호기심이 강한 아이여서 식구들을 따라다녔다. 뭐든지 손으로 긁어댔다. 우리 집 식구들의 손등은 상처투성기가 되었다. 피가 철철 나지는 않았지만 할 퀸 자국들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가 자라서는 반대가 되었다. 우리들이 그 아이를 따라다녔고 식구들을 아주 귀찮아했다. 매끄러운 털을 만지고 안고 싶어서 옆으로 가면 슬그머니 없어진다. 안겨있다가 자신의 몸을 쏙 빼고 어디 구석에 들어가 잠만 잤다. 밥만 먹고 잠만 잤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는 집을 나갔다.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 가출을 했다. 잡을 사이도 없이 대문이 열리자 계획이라도 세운 아이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우리 식구들은 그 아이에게 서운함과 괘씸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지냈다. 그 아이를 잊을 때쯤이다. 몇 달 후 대문을 긁는 소리가 들렸다. 새까맣게 더러운 고양이가 우리 집 대문을 긁고 있었다. 설마 우리 고양이 일까. 식구들은 반신반의한 심정으로 그 아이에게 문을 열어줬다. 그 아이는 그 더러운 몸을 하고 당당히 입성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밥을 내놓으라고 야옹거렸다. 하는 짓이 우리 집 고양이가 맞았다. 그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였다. 미안하다는 말없이 가출 해놓고,. 해명도 없이 식구들에게 이리저리 몸을 비비더니 구석으로 가서 잠을 잤다. 우리는 주인을 찾아오는 개는 봤어도 고양이는 못 봤다며 우리 고양이의 특별함에 감탄을 했다. 이렇게 몇 달이 흘렀고 또 그 아이는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고양이는 참 특이하다. 주인을 잘 따르는 것 같지 않다. 개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거다.


개와 고양이를  키워  나로서는  둘이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다. 개와 고양이는 친근감과 공격을 보내는 신호도 반대라고 하지 않는가. 고양이는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다. 개는 충성심이 강하다. 물론 일반적인 성향을 말하는 것이다. 개와 고양이가 상극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런 성향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둘이  지는 경우도 허다하니 일반론으로 말을 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우리들과 가까운 동물들이다. 어떤 이에게는 친구 이상 이기게 반려견, 반려묘라고 하지 않는가. 성향이 다르니 친구나 가족이 되려면 그들의 성향과 성격이 어떤지  파악해야 한다. 물론 주인이 되어서 끌려다녀서도  되겠지만, 때론 부모같이 친구같이 지내려면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을  하는 동물들이니 사람이  이해 해야한다. 지금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다시  아이들을 키우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떠나고 온기 나눌 친구가 필요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 그리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