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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희 Dec 26. 2020

카인의 표식

[데미안]_에밀 싱클레어(헤르만 헤세)

싱클레어, 크로츠 크로머, 데미안, 베아트리체, 피스토리우스, 에바 부인


‘카인의 표식’, ‘아브락삭스’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이라는 책을 낸다. 자신의 책이 자신의 유명세 때문에 팔리는 게 아닌지 의심한 그는 필명을 바꾸고 책을 낸다. 그의 재능은 이름을 뛰어넘는다. [데미안]은 대히트를 친다.

이 책은 저자 싱클레어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글로 시작한다.


‘크로츠 크로머의 휘파람’

싱클레어는 독실한 가정에서 자라난 부유한 집안의 아이이다. 사립학교에 다니던 싱클레어는 주변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울리곤 했다. 공립학교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다녔다. 싱클레어는 그 무리에 끼고 싶었다. 이방인은 항시 무리수를 둔다. 사과를 훔쳤다고 했다. 그 무리의 우두머리인 크로머는 싱클레어에게 맹세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다그치는 크로머 앞에서 맹세를 한다. 크로머는 이것을 빌미로 싱클레어를 협박한다. 휘파람을 불면 싱클레어는 크로머의 노예가 된다. 저금통을 몰래 깨어 돈을 갖다 받치기도 한다. 싱클레어가 만난 첫 악인이다.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이 순간부터

 영원히 악당들 사이에 속해서, 그들과 비밀을 나누고, 그들을 의지하며, 그들과 똑같아지겠지. 나는 잠시 어른인 척, 영웅인 척했으니 그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 했다.” -27p

 

커서 생각하면 별일 아닌 것들이 어렸을 때는 지옥이 되기도 된다. 성적이 떨어져 혼날까 봐 걱정하고 새 신발을 잃어버려서 걱정하고 사소한 거짓말이 들킬까 봐 걱정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나에게도 첫 악인이 있었다. 매일 나를 놀리고 시비를 걸었던 아이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 가기가 싫었다. 그때는 선생님에게도 부모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잘 모르겠다. 단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카인의 표식’

카인은 창세기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자이다. 아담과 이브는 아들 카인과 아벨을 낳는다. 카인과 아벨은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제물을 바쳤는데 신은 카인의 제물을 받지 않았다. 카인은 시기심에 동생 아벨을 죽이게 되는데 신은 카인에게 저주를 내린다. “땅에서 방랑하는 자”로 살게 한다. ‘카인의 저주’는 영원한 방랑을 뜻한다고 한다. “부정한 자가 바로 카인이며 카인은 지옥”을 뜻한다. 창세기에서 갈라져 나와 여러 의미와 상징으로 나오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신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는 ‘표식’을 얻는다. 그는 불멸이기도 하다. 내가 [데미안]에서 이해하는 부분은 여기까지이다.


‘데미안’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만난 ‘카인의 표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데미안은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아우라를 가진 친구로 나온다. 데미안은 단번에 크로머의 휘파람 소리로부터 싱클레어를 자유의 몸으로 해방시켜준다. 데미안이 크로머에게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부분도 마음에 든다. 책에서 구체적으로 데미안이 크로머에게 찾아가 협박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데미안이 더 신비로운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후 싱클레어는 성장통을 겪게 된다.


‘베아트리체’ & ‘에바 부인’

싱클레어의 이상형으로 나오는 이름이다.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굳이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것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실제 단테가 사랑한 여인이라는 설과 가상의 인물이라는 설이 있다. 아무튼 ‘베아트리체’는 순결하고 고상한 여자의 이미지로 쓰인다. 하지만 싱클레어는 ‘에바 부인’을 사랑하게 된다.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신에 대한 사랑에 가깝다고나 할까?


선과 악에 대한 고뇌가 많이 나온다. 종교적인 신화도 섞여 있다. 종교적인 내용을 알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싱클레어의 성장소설은 지금 읽어도 흥미롭다. 나는 어린아이였던 싱클레어의 심정을 표현하는 앞부분에서 몰입이 많이 되었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초판본 데이만]에서_(주)미르 북 컴퍼니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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