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_어니스트 헤밍웨이
죽음을 생각하면 삶은 모두 허무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 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윌슨’이 있어야 한다.
학창 시절 하이틴 로맨스 소설책 푹 빠져 살았다. 노인이 등장하는 책 보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금발머리를 한 남자가 나오는 이야기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노인과 바다]라는 책을 생각하면 지친 노인과 뼈만 남은 물고기가 떠오른다.
산티아고는 멕시코 만류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늙은 어부다. 그에게는 자신의 배를 같이 탔던 소년이 있다. 고기잡이가 시원치 않자 소년의 부모는 다른 배를 타게 했다. 노인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소년은 노인을 보살핀다. 낚싯줄도 대신 손 봐주고 음식도 가져다주고 잠자리도 봐준다. 소년과 노인의 우정을 느껴지는 대화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소년이 마련해 준 미끼를 싣고 노인은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다. 아주 큰 청새치와 사투를 벌인다. 잡았을 때의 기쁨. 잡고 나서의 사투. 절실함. 청새치로 인해 상어와의 싸움에서 노인은 인간의 한계치를 경험한다.
노인이 생각하는 구절과 혼잣말을 하는 구절은 바다 장면 내내 나온다. 청새치를 잡고 기뻐한다.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이길지. 어떨지에 대한 초조함. 청새치가 자신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맞서는 모습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청새치를 잡고 뒤 따르는 상어 떼와의 싸움에서 노인은 모든 것을 걸고 싸운다. 아니 저항한다. 후회도 한다. 익숙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 소년. 마을 사람들. 초라하지만 아늑한 침대. 멀리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자신의 선택을 한없이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상어 떼들이 몰려오면 그는 그의 마지막 힘까지 쏟아 낸다.
“네가 그 고기를 죽인 것은 다만 먹고살기 위해서, 또는 식량을 팔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어부이기 때문에 그 녀석을 죽인 거야."
“ 내가 그 녀석을 죽인 건 정당방위였어. 그리고 정당한 방식으로 죽였다고.”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_107p
이제 난 상어 놈들한테 완전히 지고 말았구나,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이제 너무 늙어서 몽둥이로 상어를 때려죽일 만한 힘도 없어. 그렇지만 내게 노와 짤막한 몽둥이와 키 손잡이가 있는 한 끝까지 싸워 볼 테다.
-113p
영화[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는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갇혀 생활한다. 톰 행크스는 우연히 배구공을 발견하는데, 그 공에게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건다. ‘윌슨’이다. 그는 윌슨과 함께 산다. 그에게 '윌슨'이 없었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까?
[노인이 바다]에서 혼잣말을 하고 혼자 생각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바다에서) 노인에게 바다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무인도나 다름없다. 노인은 새에게 말을 걸고, 청새치에게 말을 건다. 이마저도 없으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인간은 소통하지 않으면 진정한 생존이 어렵다. 시들어 버린다. 노인에게 '윌슨'은 바다새이고, 청새치이고, 자기 자신이었다.
지금, 나에게 윌슨은 ‘브런치’이다.
<도서 출처 : 민음사_세계문학전집 278 [노인과 바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