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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Apr 25. 2023

말과 함께 달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너에게 나를 보낸다 31




말과 함께 달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오늘 아침에 또 평화로에서 말이 죽었다. 경찰차와 부딪쳐 죽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나는 말들과 함께 평화로를 달렸다. 말들과 함께 평화로를 달리던 생각이 다시 난다. 그때도 오늘처럼 비가 조금씩 오던 날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말들도 참지 못하고 마구 달리고 싶은 모양이다. 그때 차 안에서, 내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다시 보며 생각한다. 앞차와 뒤차 눈치도 봐야했다. 혹시 달리던 말이 내 차로 달려들까봐 걱정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새롭다.


말과 말의 길에 대하여 생각한다. 사람과 사람의 길에 대하여 생각한다. 길은 무엇일까. 삶은 무엇일까.  말은 무엇일까. 저렇게 뛰는 말들도 말을 할까. 말이 하는 말과 사람이 하는 말은 어떻게 다를까. 말을 다루는 시인들은 어떻게 살아야만 할까. 시인이 하는 말들은 말들의 말일까 새들의 말일까. 시인이 하는 말들은 시인을 날개 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깊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아침이다. 말의 옷과 사람의 옷에 대하여 좀 더 깊이 생각하는 아침이다. 몸과 영혼에 대하여, 몸과 마음에 대하여, 꿈과 현실에 대하여,  마음의 궁전과 궁전의 마음에 대하여, 병이 깊어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과 건강을 주체하지 못해 영혼이 병들어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아침이다. 승마에 대하여 생각한다. 애마에 대하여 생각한다.


말에 대하여 생각하는데 왜 갑자기 새가 날아가는 것일까. 새의 날개는 하늘을 끌어내리고 새의 발은 걷지 않아도 앞으로 간다. 말이 갑자기 날개를 달고 새가 되어 날아간다.


사람은 서울로 가고 말은 제주도로 가라고 하였다. 나는 말띠다. 어쩌면 그래서 제주도에서 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제주도에는 어딜 가나 말이 많이 보인다. 요즘에는 관광지에서 아이들이나 등에 태우고 살지만 제주 조랑말은 한때 전쟁터에서 피를 흘리며 싸웠던 명마다. 제주도에서는 육지에서 소가 하던 일들을 말들이 주로 하였다. 밭을 갈고 짐을 실어 나르고 씨앗이 날리지 말라고 밭을 밟아주기도 하였다. 지금도 오름에 가면 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제주도의 비경 10경을 소개한 영주십경(瀛州十景)에도 고수목마(古藪牧馬)가 들어 있다. 숲과 더불어 뛰어노는 말의 모습을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평화로를 달리는 말들은 경주마들이 아닐까 혼자 생각한다. 평화로에는 경마장이 있다. 바로 그 경마장에서 뛰쳐나온 말들이 아닐까 추측을 한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내 마음대로 생각을 한다. 경마장 모래밭길이 아닌 아스팔트길을 달려가는 저 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뛰는 것일까. 경마장이 싫어서 뛰쳐나온 것일까. 아니면 그냥 새로운 세상을 찾아 나선 것일까. 그러면서 나는 또한 경마장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속도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도박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도박중독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중독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사랑중독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행복중독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당신만 생각하는 사랑중독에 대하여 생각을 한다.


나는 언제나 길 끝까지 가보고 싶디. 나는 언제나 길 끝에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 그날도 나는 저 말들과 함께 끝까지 가고 싶었다. 저 말들은 어쩌면 바닷가의 모래밭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저 말들은 어쩌면 평화로 끝에서 해안도로로 갔을지도 모른다. 저 말들은 어쩌면 지금도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들은 말과 함께 달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언어와 함께 달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아름다운 시와 함께 우리는 어느 아름다운 곳으로 갈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자꾸만 나는 그때의 말이 생각나는 것일까. 사람들이 흔히 제주 4.3이라고 말하는 그 씨앗이었던 말발굽소리가 생각나는 것일까. 나는 아직도 4.3이라 말하지 않고 제주 3.1절 발포사건이라고 말을 한다. 우리들의 삼일정신이었던 그날, 그날의 말발굽소리를 잊지 못한다. 왜 자꾸만 생각이 나는 것일까. 그날 관덕정 앞으로 지나갔던 말과 기마경찰, 기마경찰이 탔다는 말의 눈빛, 왜 자꾸만 그날의 눈빛이 보이는 것일까. 왜 자꾸만 겁에 질린 말들의 눈빛이 보이는 것일까. 그리고 땅땅땅땅 화약냄새가 나는 것일까. 아스팔트 길을 달리는 말발굽 속에서 왜 자꾸만 탕탕탕탕 총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왜 자꾸만 꽃에서 화약냄새가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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