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May 07. 2023

마라톤 타자기가 시인을 만들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55




겨울 수첩




갈, 팡, 질, 팡, 눈은 내리고

회색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눈은 내리고

걸레 쪼가리같이 거덜 난 구름

그늘 아래로만 고개 떨구고

날파람동이처럼 눈은 내리고

부서진 십자가의 겨울 포도밭

눈은 비렁뱅이처럼

예수처럼 내려 쌓이고 

   

잠이 많은 사람은

잠 속에 빠져 죽고

꿈이 많은 사람은

꿈속에 묻혀 죽고

생각이 깊은 사람은 

생각 속에 깊이 가라앉고 

    

세상의 모든 길들이 하얗게

지워져 버리고 소복 입은

소식은 끊임없이 내려

겨울 깊이 쌓이는데

그 속에서 허기진 몸으로

보리밭을 본다 문득

풋보리인 내가 맨발로 눈을 뜨고










동백



동백, 너는 사랑을 좀 아는구나

동백, 너는 하늘보다 땅을 더 사랑하는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너의 몸과 영혼을 

한꺼번에

속절없이 내어줄 수 있겠느냐

봄부터 겨울까지 착실하게 키워온 붉은 꿈을

가장 아름다운 때를 기다려

하늘을 버리고 땅의 품에 안길 수 있겠느냐

그것도 쪼잔하게

한 잎 한 잎 주지 않고

통 크게 목숨 걸고 사랑할 줄 아는 동백아

좀팽이 같은 나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도 없구나

너처럼 대범해야

가장 낮은 땅에서도

붉은 가슴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구나

너는 참으로

대담하구나 멋지구나 사랑스럽구나 






강산 2015년 12월 13일  ·           

                                       

이어도 공화국 식구가 늘었다

함경도 삽살개와 전라도 진돗개 합작품이라고 해서

가까운 조각공원 활터에서 한 마리 얻어왔다

남과 북의 합작품 이라니 의미가 있는 듯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하니

삽살개는 함경도가 아니라

경상도 토종개가 아닌가?

함경도면 어떻고 경상도면 어떠랴

아마도 풍산개와 착각했던 모양이다

남북통일보다 어쩌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화합이 더 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강산 2016년 12월 13일  ·         

                                 

이 깊어가는 겨울

잘 익은 늙은 호박

이제 막 태어나는 호박

누가 더 행복할까

이어도공화국은

오늘도

꿈꾸는

꿈들이 무성하다



강산 2018년 12월 13일  ·           

                                          

모과



이름은 모과(木瓜)인데 모과 같지 않다

나무에 열리는 참외 같지가 않다


내가 어린 시절 기르던 송아지 눈빛 같다 

다시 보니 쟁기질하는 황소의 불알 같다

그 황소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돌덩이 같이 단단해진 저 모과 속에는

지난여름의 태풍이 들어있다

그러고 보니 모과는 태풍의 눈을 닮았다


나는 모과 향기가 좋아서

오래도록 모과 곁에서 살았다

한 달 넘게 나를 취하게 만든 모과 색이 변했다


모과 속이 궁금해진 나는 

모과를 갈랐다  돌을 갈랐다

불알을 갈랐다 심장을 갈랐다


모과 속에 이렇게 많은 씨가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단단한 돌 속에 이렇게 많은 눈빛들이 살고 있었구나

모과의 향기는 어쩌면 저 많은 어린것들의 숨결이었으리라


나는 저 어린 숨결이 식기 전에

따뜻한 흙 속에 묻고

나의 숨결까지 불어넣어 주었다


그런데

모과 씨를 심으면서 둘러보니

또 다른 모과 두 개 풀 숲에 숨어 있었다

이놈들은 추위에 떠느라고 아직도 썩지 않고 있었구나





강산 2020년 12월 13일  ·   




Sung-Hee Choi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10시간  · 


오늘입니다. 많은 참석을 부탁드리니다. 날이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오시고 가능하면 개인컵 지참을 부탁드려요.


<12. 13(월) 추모제 취지문: 84주년 난징대학살 추모제 “알뜨르에서 바라보는 평화”>


 국방부는 최근 알뜨르 무상 사용에 합의, 제주도와 관련 실무 협의체를 꾸렸다. 평화대공원을 만든다 한다. 그러나 그 들이 말하는 평화는 어디에 있는다? 84년 전 의도치 않았으나 가해자들에게 전쟁 기지를 내준 제주이다. 이곳 알뜨르 격납고에서 일제의 전투기들은 난징의 시민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그 해 12월 13일 시작된 난징대학살의 전조였다. 이곳 알뜨르는 학살이 시작된 곳이었다. 이 학살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평화가 가능할까? 알뜨르의 사람들은 전쟁 기지를 만드는데 강제 동원되었고 강제로 땅을 빼앗겼으며 학살되거나 겨우 생존할 수 있었다. 학살에 직접 가담하던, 희생되던, 방관하던, 저항하던, 그 이후 ‘누구도’ 학살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학살의 원인과 진행, 그 결과와 교훈에 대해 묻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되고 퇴행할 뿐이다. 그 질문이 충분했을까. 제주는 또다시 전쟁기지인 제주해군기지를 내주었고 제주는 증가하는 군사화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추모는 단지 난징대학살에서 학살된 30만 난징시민만을 위한 추모가 아니다. 전쟁기지를 짓기 위해 강제동원되다 학살된 제주 도민 만에 대한 추모가 아니다. 추모는  전쟁을 돌아봄이며, 제국주의를 돌아봄이며, 우리 자신을 돌아봄이다. 평화라는 단어가 학살자들에 의해 오염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진정한 평화를 올곧게 세우고자 함이다. 지금 우리가 선 발 밑의 땅에서 우리는 여전히 자유롭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공동체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해야 함을 잊지 않는 자리이다. 그것이 우리의 추모이다.




김주대 1시간 



취했다. 오늘 이 문인화로 문재인 정부 기관지 연재 3년 간의 어용시인을 마감한다. 행복했다. 정부 각 기관마다 기차마다 서점마다 깔렸을 문재인 정부 기관지 ‘공감’에 어용시인으로서의 역할을 즐겁게 다했다. 문재인 정부는 부르주아 정부다. 프롤레타리아 정부가 당장에 서야 한다고? 개소리일 뿐 아니라. 좆만 한 새끼들의 자기기만과 이론, 웃기는 갈증 정도다. 프롤레타리아 정부는 부르주아 정부 이후에만 온다. 대한민국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취했다. 김주대문인화전도 부르주아 전시회였다. 22만 5천 원짜리 화첩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라며 말꼬리를 흐리던 철원에서 오신 분에게 화첩을 드리지 못한 것이 내내 맘에 걸린다. 전시장에서의 화첩은 완전히 출판사의 소관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영 개운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1만 원짜리 화첩을 만들어 다 손해 보면서, 손가락 빨기도 힘든 일이어서 더욱 개운하지 못하다. 


나는 공산당이다. 2022년은 국가가 더욱 필요하다. 개인의 싹수없고 천한 행태가 대한민국, 인류사회를 완전히 좆되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을 단순하게 많이 한다. 인류는 단순하다. 좋으면 좋은 것이고 나쁘면 그저 나쁜 것이라는 생각으로 산다. 개인적으로 칼부림과 쌈박질로 견디라면 지지는 않겠지만, 이것은 참 슬픈 일이다. 


줄여서 말하면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나라는 완전히 좆된다. 그럼 이재명이 되면 노동자 농민 그리고 서러운 바닥에서 기어가듯이 사는 인민에게는 좋은가? 물론 그것도 아니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다만, 윤석열이 되었을 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인민은 개돼지가 된다. 사이비언론과 기레기들의 세상, 더럽고 야비한 검찰의 세상, 그리고 점잖은 척 가장 개만도 못한 개자식들인 법관들의 세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재명을 지지한다. 


정의당? 이들은 본래의 대의를 잊고 잃고 생존에 겨운 삶을 살고 있다. 나를 닮아 좋기는 하지만 구차하다. 씨바, 구차한 것은 얼마나 구차한 일인가? 스스로의 신념을 실현할 길이 없어 개소리 파도소리 해대는 이런 일은 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 전술상 우익과 연합, 혹은 전략상 또라이들과 연대? 이런 것들은 고조선시대부터 삼국시대 그리고 현재의 이국(남북) 시대에도 흔한 일이다. 굉장히 역겹다. 연대를 하지 말든지. 


취했다. 그러나 우리가 이긴다. 신은 사건을 저지를 때 겸손하게 지구를 내려다고 보고 다소 망설이다가 지랄한다. 태풍도 사실은 고온과 저온 사이에서 얼마나 망설였던 결과인가. 신은 망설임, 설렘, 그리고 거의 사람이다. 


야아, 우리 망설이자. 


오늘 처음으로 류근 시인의 부인과 통화했는데 목소리가 거의 아름다운 보인다. 이런 사람도 세상에 있었구나, 하고 신기했다. 류근은 비인간인데 그의 아내는 소중한 인간이었다. 나도 그만 이때쯤 인간이고 싶기도 하다. 씨바~


완전한 공산사회를 이루기 위해 우선 우리는 좀 서럽다.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 이거다. 미스강서구한테 전화가 와서 “야이, 미친년아, 생산 없이 술 처먹는 년아, 너는 괜찮다. 생산의 개념을 바꾼 네 년이 이쁘다.”라고 말해줬다. 미친년~




용머리해안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su-KCo1rYbQ


용머리해안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bvs-SzE3680

용머리해안, 산방산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Mu5p4FFQHuI


송악산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VYz-h54JvTY


송악산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JRh1dOUGtVk


송악산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AnRP8pQewO8


송악산 동굴에서 보는 동영상 입니다

https://youtu.be/VnsXwK7o9y8


이전 24화 꿈과 삶과 죽음이 함께 사는 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