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낸다 005
때죽나무는 떼로 종을 울린다. 하늘에서 하얀 종소리가 떨어져 땅을 울린다. 때죽나무 종꽃에서 들리는 소리를 찾아서 곶자왈에 간다. 종소리가 하늘에서 들리지 않고 나무 의자에서 들린다. 때죽나무 종꽃을 보려고 갔더니 벌써 다 떨어져 하늘의 종소리를 땅에서 울리고 있다. 때죽나무 종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집에 심으려고 하니 꽃집에서 그러지 말라고 한다. 때죽나무는 집안에 심는 나무가 아니라고 한다. 떼로 떨어질 수 있어서 불길한 나무라고 한다. 때죽나무는 독이 많아서 떼로 죽인다고 한다. 때죽나무 간 물을 냇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떼로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떼죽나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는 사월에 떼로 죽고 광주에서는 오월에 떼로 죽었다고 한다. 봄에는 그렇게 떼로 죽었다고 한다. 땅에서 울고 있는 종꽃을 의자에 올려놓고 기도를 한다. 나무 의자가 조금은 따뜻해지고 따뜻한 가슴에서 다시 작은 종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