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냅니다 07
나는 세상을 모른다
나는 세상을 읽는다
그리고 나는
작고 아름다운 나라
세상 하나를 만든다
저는 아주 오래전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했습니다. 저는 한때 탈을 쓰고 탈춤을 추기 위하여 성인해가 되어 살기도 하였습니다. 제가 시도했던 <소설시>를 쓰기 위해서 , 그 소설시의 주인공으로 살기 위해서 취한 방편이었습니다. 내가 나를 죽이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죽일 것 같아서 스스로 죽을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절대 고독과 절대 슬픔을 넘어 이제 겨우 극적으로 부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싶습니다. 내가 쓰는 시와 산문을 하나로 통합하여 <꿈삶글>이라고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어도공화국을 만들기 위하여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를 치고 앞날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인연이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의미 있는 동반자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 좋은 인연을 기다리며 먼저 제가 걸어온 지난날의 흔적들을 조금은 알려드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하여 발자국 몇 개 찍습니다.
1966년 출생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당선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서울예대 졸업, 방송대학 졸업
동국대학 대학원 중퇴
『이어도공화국 序 - 백 년 동안의 꿈과 사랑』
『이어도공화국 01 - 땅의 뿌리 그 깊은 속에서』
『이어도공화국 02 - 잠시 머물다 가는 이 지상에서』
『이어도공화국 03 - 길 끝에 서 있는 길』
『이어도공화국 04 - 꿈섬』
『이어도공화국 05 - 우리들의 고향』
『이어도공화국 06 - 서천꽃밭 달문 moon』
수사가 장식적이고 장황
진정성이 항상 문제
산문적 진술의 지루함
군더더기 없애기
시상과 표현의 압축
오규원 교수님의 가르침을 뼈에 사무치게 되새기며 반성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만 하리라.
<징검다리>(배진성)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다소 수사가 장식적이고 장황하기는 하나 경험을 재구성하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가시화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 어느 정도 유행을 보이는 이런 종류의 시는 먼저 진정성이 항상 문제가 된다는 것에 유의 해야 한다. 또한 서사적인 구조를 詩化 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방법도 요구 된다.
깊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 오규원 (시인 문예창작과 교수)
하나
길이었다 덜 자란 몸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
어머니는 방물을 파셨고 새벽 샛강의
입김 자욱한 안개 속으로 떠나시곤 했다
나는 담장 밑에 펼쳐놓은 꼬막껍질에
쑥국 끓이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노을만 어렵게 어렵게 감아 들이던
바람개비가 스스로의 바람결을 가늠할 수 있을 때
물오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파랑 간짓대 들고
오리 떼를 몰아내던 골목이 심하게 흔들렸다
어머니 뒷모습을 지우던 안개 속으로
하얀 꽁무니가 사라지고
나도 그 속으로 따라 날아가고 싶었다
둘
할아버지 산소가 보이는 징검다리 사이로 햇살이
주검처럼 부서지며 흘러갔다 하류에서
한 몸으로 몸을 섞기 위해 취로사업 나가신
아버지가 무너진 둑에 묻히고 작업복이 천수답
허수아비에 내걸리던 날도 나는 그 저수지 뚝에서
삐비 꽃을 뽑아먹고 돌아오는 길
가로수 구멍 속에 몇 개의 돌을 더 던져 넣었다
어머니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줄도 몰랐다
그 해 여름 장마는 담장의 발목을 적셨고
두꺼비 같은 우리 식구들은
한밤중에 회관으로 기어 올라갔었다
셋
학교 앞 코스모스로 기다리기를 즐겼다
하학종소리 사이로 보이는 형의 검정고무신 앞은
발가락이 먼저 나와 있었고 생활 보호 대상자
가족 앞으로 달려오는 옥수수 빵과 건빵
나는 그것이 좋았다 우리는 뿔 필통 속 몽당연필로
흔, 들, 리, 며, 징, 검, 다, 리, 건, 넜, 다,
끈이 풀리는 소리로 흘러가는 여울물 소리는
우리를 다시 묶어주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징검다리를 잘도 건너 다녔다
넷
수수깡으로 안경을 만들어 끼고 기차놀이하던
우리들은 그 새끼줄 속에서 자유로웠다
우리들의 기차는 징검다리를 비로소 건너 다녔고
오후의 서툰 기적소리 울리며
동구 밖까지 나가 놀던 소아마비 동생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못했다 찾다가 찾아보다가
어린 집배원이 된 큰 형도
동생의 소식은 가져오지 못하고 한 떼
건너가는 동네 아이들만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다
다섯
여울물 소리는 끈이 풀리는 소리였고
또다시 묶이는 소리였다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누이가 파란 눈의 아이를 보듬고 돌아와
빨래터에는 방망이질 소리가 잠들지 않았고
헛발 짚은 어머니는 물속에 더욱 자주 빠지셨다
……………… 배고픔과 어머니 ………………
들판에 흐드러진 달맞이꽃 사이로 그렇게 어머니는
젖은 보름달을 이고 늦게 돌아오시곤 했다
들판에서는 늘 보리타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미소 주인이셨던 아버지가
벨트에 물려 끌려가던 날부터 축이 헛도는
천장에서 다시 떨어지듯 우리 식구들은
빈 들판으로 내쫓겼다 발동기 같은 큰 형은
발동기를 뜯어 짊어지고 논둑길을 넘어 다녔다
타맥기도 부서진 아버지 갈비뼈처럼 풀어
옮겨 맞추곤 했다 경운기들이
손쉽게 해치우고 들어가 쉬는 동안에도 우리는
들판에서 밤늦도록 이슬에 젖어야 했다
카바이드 불빛 아래서 카바이드를 녹이는 물처럼
우리 식구들의 가슴은 애타게 들끓었다
불이 꺼진 뒤에도
카바이드 깡통 속에는 몸살나게 아름다운
사랑이 숨 쉬고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보리 한 됫박 퍼내어 바꿔온 복숭아를
보리 창고에서 나눠먹곤 했다 큰 형 몸에서는
늘 기름 냄새가 났고 바뀐 논에 말뚝을 박을 때마다
우리들의 들판이 한꺼번에 흔들렸다 함부로
골병들어 거덜 난 보릿대를 곁에 쌓는 작은 형
보리 무덤에 검불을 쓸어내는 누이는
갈퀴와 고무래처럼 한없이 슬픔을 후볐다
가마니 한 장 크기의 그늘 속에서 조용히
기어 다니다 잠들곤 하던 나는 자연 숙제로 기르던
거꾸로 매달린 형의 무
그 속에서 싹트는 콩 거꾸로
자라던 허약한 순만 바라보며 그렇게 자랐다
그리고 많은 날들 다음으로 오는 오늘
털털털 탈탈탈 털털털털털 탈탈탈탈탈
들판을 온통 뒤집어 엎어버리던 경운기가
골목마다 들쑤신다
추곡수매 공판날 줄서가는 아침
하곡수매처럼 저 멀리 노인들이 손수레 밀고
끌고 오신다 빈 들판에 바람이 껍질을 벗고
지나간다 그 길가로 바람의 껍질이 차갑게 쌓여
있다 월경리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실어 나르는
경운기는 힘 센 들짐승이다 그러한 아침
나는 다른 계절 속으로 떠나 눈길에 경운기
발자국을 만들며 고향으로 가는 길을 걸어서 간다
나는 밭 가운데 너뷔바위에 앉아 있었다
아침 시선은
고춧대 하나에 꽂혀 있었다
외톨이처럼
뽕나무 가지 버팀목이 없었다
참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고춧대가 휘청거렸다
또 한 마리가 날아왔다
고춧대가 드디어 꼬꾸라졌다
새는 약속처럼
한꺼번에 떠났다
고추나무는
끝끝내 일어서지 못했다
그러한 밭에서 걸어 나온 길로
살벌한 평화처럼
젖은 여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고향의 밤 별들이 싸운다 밤하늘은
반란이다 바람이 분다 쓰러진다 다시
넘어진다 별은 쌈질하는 입이다 주점
젊은 여자의 열린 자궁 속이다 길들이
제 골목을 찾아 들어가도 동네는 앞으로도
시끄럽다 물소리도 밤하늘을 쥐어뜯으며
이어져 흐른다 그래도 사랑하는 고향 우리 집은
골목 끝으로 몰렸다 동네의 개들은 무리 지어
일제히 짖어댔다 끝에 매달린 우리는 건너로
이어지는 길을 보았다 바람에 쓰러진 곡식들이
줄기로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솟아올랐다
태풍의 눈이 다시 무섭게 쏘아보았다 우리들의
다리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포식한 어둠은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악을 썼다 몽둥이질
낫을 들고 휘둘렀고 쇠스랑으로 후려
갈겼다 검은 까마귀는 떼로 몰려와 무덤을
만들었다 무덤 속에도 하늘이 있었다 떠가는
흰 구름 변두리에 걸린 빛의 폐곡선에
갈라진 고향의 고샅길들이 감기고 있었다 그
하늘 속에는 메마른 공동우물이
파헤쳐져 있고 동네 사람들은 거꾸로 매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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