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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23. 2024

모래 한 알의 꿈




모래 한 알의 꿈




작은 모래알들이 모여 물과 함께 화양연화를 이루었다

우리들의 작은 꿈들이 모여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었다

모래 한 알의 꿈들이 모여 더욱 의미 있게 바꾸어 간다


째깍째깍째깍 시계소리가 들린다. 꿀렁꿀렁꿀렁 물소리도 들린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빈 조개가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집주인은 집을 비우고 어디로 떠나갔을까? 빈 물소리만 빈 시계를 들여다본다. 껍데기의 삶과 알맹이의 삶을 생각한다. 하늘을 보니, 하늘 바다에 벌써 초승달 하나, 별을 따라서 소리도 없이 노를 젓는다.


나는 수평선으로 누워 길게 하늘을 들이마신다. 하늘 바다가 잠시 출렁거린다. 초승달 배도 잠시 흔들린다. 빛나는 별빛도 잠시 눈을 껌벅거린다. 내 가슴속으로 들어온 하늘이 물소리를 따라간다. 내 가슴속에서도 시계소리 들린다. 시간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하늘의 소식을 내 가슴속에 전해주고 나오는 하늘은 다시 초승달을 밀어준다. 내 가슴속에서 하늘의 소식을 전해 들은 물소리는 내 몸 구석구석 골짜기로 떠난다. 그늘이 깊은 골짜기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한 아이가 있다.


모래알 하나에  온 세상이 있다.  나는 모래알 하나가 된다. 너도 모래알 하나가 된다. 우리는 그렇게 온 세상이 된다. 그런 세상들이 반짝이고 있다. 그런 세상들이 젖어서도 빛나고 있다. 어쩌면 나의 오랜 꿈이 기어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나의 먼 태아의 꿈이 드디어 인연을 만나 꽃을 피울 것만 같다. 나의 태아가 어머니 배 바깥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뇌가 생기고 심장이 생기고 손과 발이 생기더니 뇌 속에서 더욱 바빠지는 뉴런과 시냅스가 보인다.  


밤새 잠이 오지 않는다. 밤새 반월산이 떠오르고 낮에도 종석산이 나를 품어주고 있다. 어쩌면 1만 3천 평의 아름다움 숲이 생길 것만 같다. 전망이 아주 좋은 아름다운 숲에 이어도공화국 무료쉼터와 명상센터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오래도록 꿈꾸어온 꿈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꿈꾸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꿈의 동반자를 만나고 꿈의 동지들을 만나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고야 말 것이다. 꿈은 이루어지라고 있는 것이다. 꿈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나는 오래전에 이런 글을 썼고 늘 마음속에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꿈이 꿈처럼 조금은 이루어질 것 같다.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다
나는 아름다운 산을 하나 가꾸고 싶다
그 산에 나무를 심고 나무를 가꾸며
나무처럼 살고 싶다
그 숲 속에 조촐한 집을 하나 짓고 싶다 
삶에 지친 영혼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다
그 쉼터에는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절망이 너무 깊어서
스스로 죽고 싶은 사람들이 
아주 가끔 찾아오면 좋겠다 
아무런 부담 없이 
누구라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나는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대하여
너무나 분노한 사람들과 
한 때의 실수 때문에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그들과 함께
그들의 나무를 심어주고 싶다
산에 나무를 함께 심으면서
그들의 아픈 가슴에도 
또 다른 희망의 나무를 심고
사랑의 씨앗을 뿌려주고 싶다 

산 혹은 자연의 큰 거울 앞에서
희망을 되찾은 그들이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나는
그들과 내가 함께 심었던
그들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안부 편지와 함께 가끔 보내주고 싶다
세상으로 돌아간 그들은
언제라도
자신의 자라나는 나무를
보기 위하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직접 올 수 없더라도
늘 가슴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자신의 나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가 끝끝내
함께 가야 할 길
겨울이 깊을수록
더 잘 보이는 길
실패한 사람을
함께 이끌어주고
넘어진 사람을
함께 일으켜 세워주고
억울한 사람의 억울함을
우리들이 함께 풀어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나는 정말 좋겠다



나의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산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그리하여 나는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려고 한다. 먼 훗날 또 다른 내가 나타나서 아름다운 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상을 꼭 만들어주길 기도한다. 나는 그 아름다운 세상의 작은 씨앗이라도 되고 싶다. 요즘 내가 만들고 있는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는 그 작은 씨앗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각자의 처지에 맞도록 작지만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 연합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씨앗들이 모여 아름다운 숲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일종의 <무료쉼터연합>을 만들면 어떨까 혼자 생각해 본다.


하지만 나는 이제 서두르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내가 가진 아름다운 씨앗을 잘 심고 아름답게 가꾸고 싶을 뿐이다. 먼 훗날 그 아름다운 씨앗이 아름다운 숲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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