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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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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10. 2024

내일은 없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05




내일은 없다

― 어린 마음에 물은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돌아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동무여!)

내일은 없나니

…………


_ (1934.12.24. 윤동주 18세) 



사람들이 내일 내일 하기에, 내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잠을 자고 일어나면 동이 틀 거라고 말한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내일이 올 거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잠을 자고 일어나서 내일을 만나보려고 하였더니 내일은 보이지 않고 새로운 오늘만 도착해 있더라.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나려고 내일을 기다렸더니 내일은 오지 않고 오늘 같은 또 다른 오늘만 나를 맞이하더라. 오늘이 너무 힘이 들고 암담하여 새날을 만나고 싶었으나 새날은 오지 않고 자꾸만 오늘만 찾아오더라. 그렇게 우리들에게는 내일은 없나니, 더 이상 내일은 기다리지 말고 어려워도 오늘과 함께 살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어제도 없고 내일도 없으니 오늘과 함께 살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오늘이 이미 떠나버린 어제를 후회하지도 말고 오늘이 아직 오지도 못한 내일을 기다리는데 오늘을 허비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 곁에 있는 오늘을 붙잡고 알뜰살뜰 행복하게 살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사랑하기에도 바쁜 세상, 이미 떠난 사랑을 후회하지 말고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의 사랑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이 사랑의 실천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제는 오늘의 과거요 내일은 오늘의 미래다. 엄밀히 따지면 어제와 내일은 없고 오늘만 있을 뿐이다. 어제와 내일은 없지만 우리들은 관념상으로 어제와 내일을 만들어서 생각할 뿐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사실은 오늘이라는 개념도 허깨비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들은 영원한 시공 위에서 지금 현재 한 점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재라는 것도 사실은 우리들이 만질 수 없는 허상이며 실체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제와 내일뿐만 아니라 오늘도 사실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만 살아있는 동안 어제라는 개념과 오늘이라는 개념과 내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모두가 공(空)이다. 반야심경 소리가 들린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독경소리 들린다.


시간은 실체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꿈을 먹고사는 존재이기에  환상의 미래에다 꿈을 걸고 살아간다.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내일이라는 실체, 그러나 유한한 인간이기에 그 허깨비 같은 내일을 믿고 살아가고 있다. 내일이라 믿는 것이 동트고 나면 다시 오늘이요 순식간에 오늘은 또 어제로 줄달음쳐서 달아나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는 언제나 꿈을 찾아서 따라간다. 설사 그것이 허무하게 끝나고 마는 것이 될지라도 우리들은 언제나 꿈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젊은이가 불을 보고 산다면 노인은 빛을 보고 산다. 내일은 없다고 자각하는 순간 우리들은 오늘을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일이 없다고 절망할 것이 아니라 오늘을 더욱 열심히 살면 될 것이다. 오늘 지금 당장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오늘 지금 당장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극정성으로 사랑하면 될 것이다.


이 시는 너무 쉬운 시이므로 굳이 작품을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이 은진(恩眞) 중학교에 다닐 때인 1934년 12월 24일에 <초 한 대><삶과 죽음>과 함께 쓴 처녀작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부제인 '어린 마음에 물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박한 어린아이의 마음에 '내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윤동주 시인의 절망감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고통을 읽을 수도 있다. 한편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만큼 고통과 시련이 가득한 치열한 오늘을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살아가리라는 다짐을 역설적으로 읽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48년에 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31편의 작품에 포함되지 않은 시로, 1976년 3 판본에 처음 등장한다. 아울러, 윤동주 서거 50주년을 맞이한 1995년에 발간된 <윤동주 전집>(문학사상사)에서는 '미발표 처녀시'로 분류된다. <내일은 없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공식적인 시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이 시가 윤동주의 첫 작품 중 하나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흥미롭다.


* 시어설명:

- '무리여'의 '무리'는 '동무'를 말한다.

- '내일은 없다' -> '래일은 없다'

- '내일내일' -> '래일래일'

- '물었더니' -> 물엇더니.'

- '래일이라고' -> '내일이라고.'

- '찾던' -> '찾은'

- '내일은' -> '래일은'

- '그친 뒤 같이도' -> '끝인뒤같이도.'



*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에 실려있는 작품들은 작품마다 새로운 쪽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쭉 이어서 썼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이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이 아니고 중간에 자리하고 작품들이 많다.



https://youtu.be/3no7ZHmXy60?si=ax5mcIxV_fE-ePz9





https://youtu.be/XLmCEZrLXks?si=hoykDwTqK2bqLTfZ

https://youtu.be/jbGcrdC77Q0?si=2EU8tm8MU3tZ1u9Z

https://youtu.be/i_0RY6I-3uQ?si=ViafNhw6KDzO_vsY

https://youtu.be/3uMrOzBakkY?si=tg_Cm4cf5NpdE0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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