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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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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11. 2024

조개껍질 - 바닷물 소리 듣고 싶어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06




(동요) 조개껍질 

- 바닷물 소리 듣고 싶어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울 언니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데기 


여긴 여긴 북쪽 나라요

조개는 귀여운 선물

장난감 조개껍데기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

짝 잃은 조개껍데기

한 짝을 그리워하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나처럼 그리워하네 

물소리 바닷물 소리 


_ (1935년. 12월. 봉수리에서. 윤동주 19세) 



요즘 다시 동시에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시인들 중에서도 동시를 함께 쓰는 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갈수록 시집은 팔리지 않고 그나마 동시집은 어느 정도 팔리는 상황이다. 또한 시를 쓰는 사람들 중에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는 시인들이 많아서 그러는 면도 많은 것 같다. 시대에 따라서 혹은 필요에 따라서 달라지는 듯하다. 80년대의 화려했던 시의 시대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다. 이제 어른들은 시를 읽지 않지만 자식들에게는 시를 읽게 하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많아서 그나마 동시나 동화는 어느 정도 팔리는 듯하다. 


나는 날마다 바닷가를 걷는다. 나는 날마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조개껍데기를 본다. 조개껍데기는 보통 날개를 펴고 있다. 살아있을 때에는 입을 꼭 닫고 살던 조개껍데기는 죽어서 비로소 날개를 펴고 살아간다. 많은 조개껍데기는 한쪽 날개를 잃고 한쪽 날개로만 살아가는 조개껍데기들도 많다. 조개껍데기는 죽어서도 바다를 품고 있다. 조개껍데기는 죽어서도 파도소리를 먹고 자란다. 나는 날마다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은 바닷가의 조개껍질이 아니라 북쪽 나라에서 조개껍질을 노래한다. 언니가 바닷가에서 주워 온 조개껍질을 노래한다. 북쪽 나라에서 귀여운 선물, 조개껍데기를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면서 노래한다. 데굴데굴 굴리며 놀다가 한 짝을 잃어버렸다. 남아 있는 한 짝은 잃어버린 한 짝을 그리워한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는 잃어버린 한 짝을 그리워하고 조개껍데기의 고향인 바다를 그리워하고 나에게 조개껍데기를 주어다 준 언니를 그리워한다.


윤동주 시인은 시뿐만 아니라 동시와 동요도 많이 쓴 시인으로 유명하다. 이 동요는 1935년 12월. 평양 숭실중학교에 다닐 때 윤동주 시인이 맨 처음으로 쓴 동시로 알려져 있다.《정지용 시집》에 실린 동시를 읽고 감탄해서 이때부터 연희전문학교 1학년 때까지 많은 동시를 썼다고 한다. 이 동시는 한 짝을 잃은 조개껍데기를 노래하고 있다. 또한 바다를 떠난 조개껍데기가 자신의 고향인 바다를 그리워하듯이 나 또한 바닷물 소리를 그리워한다.


윤동주 시인은 바다에서 먼 북간도에서 살았다. 그리고 이 시는 윤동주가 평양 숭실중학교로 편입하고 얼마 뒤인 1935년 12월에 쓴 작품이다. 윤동주의 최초의 동요라고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의 육필 원고 제목에는 '(童謠) 조개껍질'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아이들이 부르기 위한 동요(童謠)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북쪽 나라에서 잃어버린 다른 짝을 그리워하는 조개껍데기에 투사된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시의 끝에 달린 메모에는 '一九三五年十二月、鳳峀里에서.'라고 적혀있다. 봉수리(鳳峀里)는 현재 평양의 봉수동을 말한다. 당시 봉수리에는 문익환이 봉사하던 숭실 YMCA 종교부에서 운영하는 주일학교가 있었는데, 문익환의 절친한 친구인 윤동주 시인이 주일학교 일을 돕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어울리며 만들어진 동요로 추정되기도 한다. 4·5/3·5/3·5조의 규칙적인 운율과 적절한 의성어 및 의태어 사용이 돋보인다. 윤동주 시인이 애용하는 되풀이법이 사용된 작품으로 '조개껍데기', '그리워하네'  등이 반복된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 윗입술과 아랫입술처럼 함께여야 의미가 있는 조개껍데기, 하지만 이 시에서 조개껍질은 한쪽이 없다. 아롱아롱 조개껍데기가 그립지만 찾을 수 없다. 바다 물소리가 저 멀리 시원하게 들리고, 파도가 앗아가는 모래 속에서 조개껍데기를 찾아보지만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조개껍데기처럼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분명, 너무나 많이 있다. 기억 저편에서 끄집어내야 하는 켜켜이 먼지 덮인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과 단번에 생각나는, 이 글을 쓰면서도 가장 생각이 많아지는 그리운 것. 나에게는 그리운 조개껍데기가 이렇게 있구나. 다시 떠오르는 바다 물소리. 쏴아아, 쏴아아, 하고 사라지는 조개껍데기 같은 그리운 기억들. 이젠 현실에는 없는 조개껍데기.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리운 기억들. 바닷속으로 멀리 사라져 간다. 윤동주 시인이 중학생 시절에 썼던 시를 낭송해 본다. 바다가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누나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나는 그래도 문만 열고 나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나는 날마다 바다에 젖을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나는 아직 살아있어서 참 좋다. 그리운 것들을 그리워할 수 있어서 오늘도 행복하다.


* 원문표기:

- '껍데기' -> '껍대기'

- '바닷가에서' -> '바다가에서'

- '주워 온' -> '주어온'

- '북쪽 나라요' -> '북쪽나랴요'

- '장난감' -> '작난감'

- '아롱아롱' -> '아릉아릉'

- '바닷물 소리' -> '바다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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