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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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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13. 2024

창구멍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10




창구멍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우리 아빠 뒷자취 보구 싶어서

침을 발라 뚫어논 작은 창구멍

아롱 아롱 아침해 비치웁니다.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 끝으로 뚫어논 작은 창구멍

살랑 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_ (1936년 초 예상. 윤동주 20세) 



이 시는 1936년에 쓰인 작품으로 화자인 아이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단하게 일하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난한 삶 때문에 그리움을 견뎌야 하는 아이가 뚫어놓은 창구멍을 통해서 식민 치하의 갑갑한 현실에서 미약하게나마 희망을 엿보는 시인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부모와 헤어져 있는 아이들의 그리움은 <오줌싸개 지도>와 <햇빛, 바람>이라는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창구멍'이라는 표현은 <초 한 대>에서도 나온다.


윤동주 시인의 다른 많은 작품들에서 '비치웁니다'와 같은 피동형 어미를 많이 접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서시>에서 등장하는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가 있다.



* 원문표기

- '우리 아빠' -> '우리압바'

- '침을 발라' -> '춤을발려'

- '뚫어논' -> '뚤려논'

- '작은 창구멍' -> '적은창구멍'

- '아침해' -> '아츰해'

- '비치웁니다.' -> '빛이움니다'

- '저녁에' -> '져녁에'

- '나무 팔러간' -> '나무팔려간'

- '혀 끝으로' -> '헤끝으로'

- '날아듭니다.' -> '날아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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