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17
햇살은 미닫이 틈으로
길쭉한 일자를 쓰고...... 지우고......
까마귀 떼 지붕 위로
둘, 둘, 셋, 넷, 자꾸 날아 지난다.
쑥쑥, 꿈틀꿈틀 북쪽 하늘로,
내사......
북쪽 하늘에 나래를 펴고 싶다.
_ (1936.3.25. 평양에서, 윤동주 20세)
1936년 3월 25일 평양에서 쓴 작품으로 해가 질 무렵 북쪽 하늘로 날아가는 까마귀 떼를 보며 느낀 바를 쓴 작품이다. 해가 지는 황혼의 모습은 마치 일제 치하로 정체성을 잃어가는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 암담한 현실 속에서 까마귀와 같이 북쪽 하늘로 도피하고 싶은 시인의 심정을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이 시를 쓴 날인 1936년 3월 25일 <가슴 1>과 <가슴 2>라는 두 편의 시를 더 남긴다.
'황혼'을 소재로 시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황혼이 바다가 되어>, <흰 그림자>가 있다.
'내사'의 '-사'자는 지정이나 강조를 나타내는 조사(토) '-야'의 방언이다. 즉 '내사'는 '나야'로 해석하여 '나야 북쪽 하늘에 나래(날개)를 펴고 싶다'로 이해하면 된다. '내사'라는 시어는 윤동주의 다른 시 <이적>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생명과 현실의 태반은 어둠이다. 나무에 잎새와 뿌리가 있듯이 사물의 인식에도 순수의식과 불확실한 감성이 작용하는 법이다. 때로는 잎새가 두드러지기도 하고, 뿌리가 돋보이기도 한다. 시인의 의식은 잎새보다 뿌리를 지향하는 게 바람직스럽다. 가변적인 현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의 근원에 다가가야 하기 때문이다. 황혼과 까마귀 떼의 대비는 거기 걸맞은 음영을 드리운다. 하루의 노동과 의욕이 정지되고 밤을 맞게 되는 시간, 황혼을 가슴에 안고 못다 이룬 꿈의 나래를 펴 보이는 안쓰러운 영혼의 파닥임이 느껴진다.
* 원문표기
- '햇살' -> '햇ㅅ살'
- '미닫이' -> '미다지'
- '지붕 위로' -> '집웅 우으로'
* 나는 윤동주 시인의 모든 작품과 윤동주 시인의 삶에 관한 책을 쓰려고 자료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제주 4.3과 우리나라 해방정국에 관한 작품을 쓰기 위하여 고민하는 과정에서 융동주 시인을 다시 만나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시인으로 살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삶을 시인으로 살기 위하여 부활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 같다. 최승호 시인의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이 문장이 나의 앞길을 밝히는 등대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윤동주 시인을 다시 만나서 새롭게 배우고 있다.
https://youtu.be/4I-PI4HcCb0?si=WPUGko04QDQPJjYY
https://youtu.be/hFGBYZUiqO4?si=JuLpNcE_AGugjjQK
https://youtu.be/-U4jp5LrUPQ?si=nh1OEvrR98W-3v1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