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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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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17. 2024

가슴 1, 가슴 2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18




가슴 1



소리 없는 큰북(대고大鼓)

답답하면 주먹으로

두드려 보오.


그래 봐도

후―

는 한숨보다 못하오.


 _ (1936.3.25. 평양에서, 윤동주 20세) 



1936년 3월 25일 작품으로 시인의 답답한 심정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현실에서 빚어지는 답답한 심정을 주먹으로 두드려보기도 한숨을 내쉬며 떨쳐보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윤동주 시인이 '가슴'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쓴 다른 시로 <가슴 2><가슴 3>가 있다.


시인은 이 시를 쓴 날인 1936년 3월 25일에 <황혼>과 <가슴 2>라는 두 편의 시를 더 남겼다.


'소리 없는 북'은 답답한 가슴을 말한다

이 시는 소리 늘임법이 많이 사용되었다.


* 원문표기

- '뚜드려' -> '뚜다려'

- '못하오' -> '몯하오'          



가슴 2



늦은 가을 쓰르라미

숲에 싸여 공포恐佈에 떨고,


웃음 웃는 흰 달 생각이 도망가오.


  _ (1936.3.25. 평양에서, 윤동주 20세) 



1936년 3월 25일 작품으로 가을 숲과 밤하늘의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공포에 떠는 쓰르라미의 모습과 웃음 짓는 달이 도망가는 모습은 어두운 현실에 대한 공포에 짓눌려 창백해진 화자가 도피하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윤동주가 '가슴'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쓴 다른 시로 <가슴 1><가슴 3>가 있다.


시인은 이 시를 쓴 날인 1936년 3월 25일에 <가슴 1>과 <황혼>이라는 두 편의 시를 더 남겼다.


작품 창작일이 늦겨울인 점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 시를 원고지에 기록하기 전부터 머릿속으로 생각해 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쩌면 전에 다른 곳에 썼던 작품을 옮겨 적었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원문의 '숲에쌔워'는 '싸이다'의 이북 방언이다.

'쓰르래미'는 '쓰르라미'의 방언이다.


* 원문표기

- '쓰르라미' -> '스르램이'

- '싸여' -> '쌔워'

- '흰 달' -> '힌달'   


세상은 불합리한 요소들로 가득하다. 하나도 맘 같이 되는 일이 없다. 소리 내어 외쳐보고도 싶고 풍선같이 한껏 터트려 보고도 싶은 것이 가슴이다. 응어리가 풀려야 가슴도 후련하다. 출구 없는 심정의 답답함을 나타내는 데 말로써는 부족하다. 끝없는 침전물이 고인 가슴은 식민지하에서 목숨을 지탱해 가는 모든 지식인들의 소리 없는 북이었다. 감정은 세균과도 같은 것이다. 속으로 맺히고 응어리진 것을 밖으로 뿜어 내거나 풀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가 쌓인다. 드디어 병을 앓게 되는 것이다. 길도 없고 방향도 없이 한숨으로 차오르는 가슴을 달랠 길이 없다.


보통 사람들은 윤동주 시인을 잘 안다고 착각한다. 교과서에 실린 몇 편의 작품만을 보고 다 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을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3권의 책은 꼭 읽어야만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  『윤동주 평전』『시로 만나는 윤동주 : 처럼』기타 아주 많은 좋은 책들이 있지만 이 3권의 책은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나는 요즘 『시로 만나는 윤동주 : 처럼』을 쓰신 김응교 교수님께 많이 배우고 있다. 참으로 부지런하고 배울 점이 많은 교수님이시다. 나는 그분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여러 매체에서 종횡무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다. 다양한 책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고 계신다. 요즘에는 숙명여대 교수로 있으면서 외부 활동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숙명여대를 생각하니 대학교 다닐 때 숙명여대에 갔던 기억도 되살아난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숙명여대에서 대학생들의 문학작품을 공모한 일이 있었다. 그때 상패를 받으러 간 기억이 난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은 윤동주 시인의 모든 자필 원고를 사진으로 찍어서 만든 책으로 윤동주 시인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심지어 자신의 책에 줄을 긋고 낙서한 것들까지 있어서 윤동주 시인과 직접 대화하는 느낌이다. 내가 이 글에서 올리는 사진들도 대부분 그 책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진본이며 원본이기 때문에 윤동주 시인을 만나는 확실한 경험이 될 것이다. 책값이 좀 비싼 55,000원이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을 사랑한다면 꼭 사서 소장하기를 권한다. 부담이 되신 분들은 지금 읽고 계시는 저의 글을 계속 읽으신다면 아마도 간접적으로 그 일부는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 평전』은 윤동주 시인의 삶에 대하여 자세히 알 수 있는 책으로 송몽규 청년문사의 조카벌 되는 송우혜 선생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거듭 수정과 보완을 하신 평전이다. 『시로 만나는 윤동주 : 처럼』은 윤동주 시인의 시 작품을 위주로 접근한 책으로 거의 모든 시 작품에 대하여 쓰셨다. 특히 십자가에 나오는 <처럼>을 윤동주 시인의 가장 특별한 특징으로 말씀하고 계신다.


행복한 예수 ·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처럼'이란 조사만 한 행으로 쓰여 있는 시를 본 적이 있나요. 한국 시가 아니더라도 영어 시, 일어 시, 중국어 시에서 '처럼'만 한 행으로 된 시를 본 적이 있나요.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윤동주는 알고 있었어요. 그 귀찮은 길을 '행복'한 길이라고 그는 씁니다. 타인의 괴로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을 나누는 순간, 개인도 '행복'한 주체가 되는 그 길을, 윤동주는 택합니다.


자, 이제 시인의 탄생, 명동마을로 함께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윤동주 시인에 대하여 알려면 먼저 명동마을과 김약연 선생님을 만나보아야만 합니다.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청년문사를 비롯한 명동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김약연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살았습니다. 따라서 윤동주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하려면 김약연 선생님에 대한 정신세계를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https://youtu.be/4pdDI6v-BmM?si=pqYKYkPkOSHr558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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