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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오후의 구장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24

by 강산




오후의 구장



늦은 봄 기다리던 토요일(土曜日) 날.

오후(午後) 세시(時) 반(半)의 경성행(京城行) 열차(列車)는

석탄연기(石炭煙氣)를 자욱이 품기고

소리치고 지나가고


한몸을 끄을기에 강(强)하던

공이 자력을 잃고

한 모금의 물이

불붙는 목을

축이기에 넉넉하다.

젊은 가슴의 피 순환(循環)이 잦고

두 철각(鐵脚)이 늘어진다.


검은 기차연기(汽車煙氣)와 함께

푸른 산(山)이

아지랑 저 쪽으로

까라앉는다.


_ (1936.5. 추정. 윤동주 20세)



1936년 5월에 창작한 작품으로 운동장에서 공을 찬 이후 숨을 돌리며 주변의 현대적 풍광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다. 시에서 등장하는 여러 시어들(경성행 열차, 석탄연기, 철각, 기차연기)을 통해서 일제의 의지에 의해 강제로 파헤쳐진 한반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의 같은 시기 작품으로 <산상>이라는 시가 있다.

원문에는 '공'이 '공(뽈)'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윤동주 시인은 축구를 즐겨했고 또한 매우 잘 했다고 한다.


'토요일 날'은 겹말 표현이다.


* 원문표기

'기다리던' -> '기다리든'

'끄을기에' -> '끟을기에'

'강하던' -> '강하든'

'한 모금의' -> '한목음의'

'불붙는' -> '불붓는'

'잦고' -> '잣고'

'푸른' -> '풀은'

'까라앉는다.' -> '까라안는다'



오후의 구장 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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