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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양지(陽地) 쪽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25

by 강산




양지(陽地) 쪽



저쪽으로 황토(黃土) 실은 이 땅 봄바람이

호인(胡人)의 물레바퀴처럼 돌아 지나고

아롱진 사월(四月) 태양(太陽)의 손길이

벽(壁)을 등진 설운 가슴마다 올올이 만진다.


지도(地圖) 째기 놀음에 뉘 땅인 줄 모르는 애 둘이

한 뼘 손가락이 짧음을 한(限)함이여.


아서라! 가뜩이나 엷은 평화(平和)가

깨어질까 근심스럽다.


_ (1936.6.26. 윤동주 20세)



1936년 6월 26일에 만든 작품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늦봄의 햇살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4월의 태양의 손길은 현실에서의 아픔과 서러움을 달래준다. 누구 땅인지도 모르고 땅을 빼앗는 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조선의 사정을 말하려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지키고 있는 평화가 깨어질까 두려워 근심하는 화자의 모습은 식민지 치하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힘든 조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시인의 같은 날에 쓰인 다른 작품으로 <산림>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봄'이라는 시어를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소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두보의 <춘망>과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작품들을 떠올리게 한다.



땅따먹기 놀이를 지도 째기 놀이라고 표현한 것이 재미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 땅따먹기 놀이를 하며 자랐다

나도 손가락이 짧아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는데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지도(地圖) 째기 놀음에 뉘 땅인 줄 모르는 애 둘이

한 뼘 손가락이 짧음을 한(限)함이여.


그런데 우리들의 어린 시절 했던 놀이들 중에는

무의식적으로 평화를 깨뜨리는 놀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양지쪽'은 볕이 잘 드는 쪽을 말한다.

'호인'은 만주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아롱진'은 또렷하지 아니하고 흐리게 아른거리는 모양을 말한다.

'섦은'의 경우 '섦다'의 활용형으로 '서럽다'라는 의미다. '설운'으로 쓸 수도 있다.

'지도 째기 놀음'은 어린이 놀이 중 하나인 일종의 '땅따먹기'를 말한다. 시인이 만든 말로 보인다.



원문표기

'물레바퀴처럼' -> '물래밖퀴 처럼'

'섦은' -> '섫은'

'놀음에' -> '노름에'

'뉘 땅인 줄 모르는' -> '늬땅인줄몰으는'

'한 몸' -> '하뽐'

'짦음을' -> '젊음을'

'가뜩이나' ->'갓득이나'

'엷은' -> '열븐'


우수 지나고 봄비가 온다. 봄비가 오니 매화꽃은 벌써 떨어지고 이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된다. 나도 이제 깨어나 일을 시작한다. 농협에서 씨앗도 사 온다. 농협 조합원이라고 쌀을 주더니 오늘은 농자재 쿠폰도 준다. 나는 가장 낮은 단계의 조합원, 3만 원을 받아서 강낭콩이랑 오이랑, 상추랑, 씨앗을 산다. 이제 파종의 계절이 다가왔다. 나는 무엇보다도 당신의 가슴에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고 싶다. 중간에 비어있는 생울타리에 사철나무와 동백나무와 탱자나무와 야자수와 후박나무를 심는다. 그리고 땅 속에 묻혀 있는 큰 바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내 가슴속에도 너무나 큰 바위가 들어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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