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26
시계(時計)가 자근자근 가슴을 때려
하잔한 마음을 산림(山林)이 부른다.
천년(千年) 오래인 연륜(年輪)에 짜들은 유적(幽寂)한 산림(山林)이
고달픈 한 몸을 포옹(抱擁)할 인연(因緣)을 가졌나 보다.
산림(山林)의 검은 파동(波動) 위로부터
어둠은 어린 가슴을 짓밟는다.
멀리 첫여름의 개구리 재질댐에
흘러간 마을의 과거(過去)가 아질타.
가지, 가지사이로 반짝이는 별들만이
새날의 향연(饗宴)으로 나를 부른다.
발걸음을 멈추어
하나, 둘, 어둠을 헤아려본다.
아득하다.
문득 이파리 흔드는 저녁 바람에
솨―― 무섬이 옮아오고.
_ (1936.6.26. 윤동주 20세)
1936년 6월 26일 작품으로 시인의 불안한 마음과 공포스러운 심정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같은 심정은 이 시기에 쓰인 여러 작품들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일제의 광포한 힘 앞에 무력한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인은 절망하지 않고 '어둠 속의 별'에 새날의 희망을 실어본다.
같은 날에 쓰인 다른 작품으로 <양지쪽>이라는 시가 있다.
이 시는 윤동주 시인이 생전에 작성한 두 번째 원고노트인 <창>에 수록된 시인데 <습유작품>에서 글 다듬기를 하였다. 이 같은 사유로 후대에 출간된 여러 시집에 수록된 이 시의 형태가 시의 연이나 단어들이 누락되거나 뒤바뀌는 혼재된 상태로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는 더 나중에 쓰인 <습유작품>을 따랐다.
'하잔하다'는 '허전하다'의 부드러운 말씨다.
'유적한' 상태는 깊숙하고 고요한 상태를 말한다.
'무섬'은 '무서움'의 준말이다.
* 원문표기
- '때려' -> '따려'
- '가졌나 보다.' -> '가젓나보다.'
- '위로부터' -> '우으로부터'
- '짓밟는다.' -> '질밥는다,'
- '개구리' -> '개고리'
- '잎아리' -> '닢아리'
- '저녁' -> '져녁'
- '옮아오고.' -> '올마오고.'
정방폭포에서
윤동주 시인이 노래를 한다
정방폭포에서
나도 함께 노래를 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한다
오늘 밤에도
하느님은 별빛을 켜고
야간 근무를 하고 계시고
관세음보살의 손길은 바쁘다
그날 정방폭포에서
떨어졌던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
다 함께 노래를 힘껏 부른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과 함께
백두산으로 간다
흑룡만리, 밭담을 지나
헛묘의 산담을 들러서
서로에게 덕담을 하면서
백록담으로 간다
백록담도 천지가 그리워
백두산으로 따라서 간다
한라산도 뒤를 따라서
원담을 넘어서
백두산 천지로 간다
천지의 맑은 물을 마시고
고향으로 간다
우리들의 고향 북간도로 간다
https://youtu.be/23wdbGnWu0o?si=mtfbV6iEHjHxX_xt
https://youtu.be/XX2U5khKFR4?si=7rofGzf-YsPWe2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