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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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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24. 2024

꿈은 깨어지고

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28




꿈은 깨어지고



꿈은 눈을 떴다.

그윽한 유무(幽霧)에서.


노래하던 종달이

도망쳐 날아가고,


지난날 봄타령하던

금잔디 밭은 아니다.


탑은 무너졌다.

붉은 마음의 탑이―


손톱으로 새긴 대리석(大理石) 탑(塔)이―

하루 저녁 폭풍(暴風)에 여지(餘地) 없이도,


오― 황폐(荒廢)의 쑥밭,

눈물과 목메임이여!


꿈은 깨어졌다.

탑(塔)은 무너졌다.


_ (1936.7.27. 윤동주 20세) 

 


1936년 7월 27일 작품으로 화자가 현실에서 느낀 안타까운 감정이 영탄법을 사용함으로써 고스란히 전달되는 시다. 일제의 침략으로 황폐화된 조선의 모습과 이상을 잃어버린 화자의 고백을 통해 뼈아픈 민족적 상실감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언제나 현실은 괴로운 법, 차라리 꿈을 헤매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종달새는 달아나고, 탑은 무너지고, 금잔디도 쑥밭이 되어버린 허무의 질곡만이 가로놓여 있다. 깨어진 꿈, 무너진 탑,... , 어디다 이상의 푯대를 세울 곳도 없다. 처참하게 현실 의식만이 피멍 들게 널브러져 있다. 나라를 빼앗긴 백성, 전체의 선이 무너진 자리, 가혹하게 짓밟힌 이 시대의 윤리와 역사지의 희생물로서의 개인이 숨 쉬기엔 너무나도 산소량이 부족한 시기의 좌절감이 잘 드러나있다. 완전히 절망할 줄 알아야만이 희망의 새 순에 닿을 수 있는 시대 상황이었다.


나라를 잃은 뼈아픈 민족적 상실감을 느낄 수 있는 윤동주 시인의 다른 작품으로는 <모란봉에서><종달새> 등이 있다.


'유무(幽霧)'는 '그윽한 안개'라는 뜻이다.

'그윽한 유무'는 겹말 표현이다.

'금잔디'는 잡풀이 없이 탐스럽게 자란 잔디를 말한다.


* 원문표기

- '떴다' -> '떳다'

- '노래하던' -> '노래하든'

- '도망쳐' -> '도망처'

- '날아나고' -> '나라나고'

- '금잔디' -> '금잔듸'

- '무너졌다' -> '문허젓다'

- '새긴' -> '색인'

- '하루 저녁' -> '하로져녘'

- '깨어졌다' -> '깨여졋다'

- '무너졌다' -> '문허젓다'          



나는 윤동주 시인의 책을 어떻게 만들까? 우선은 윤동주 시인의 백여 편의 시들을 쓴 순서대로 편집을 할 예정이다. 윤동주 시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와 삶이 함께 성장했는가를 알아보면 좋겠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에서 배운 것들로 나는 또한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를 탐구하는 책을 만들 예정이다. 법정스님께서 머물렀던 불일암을 다시 깊이 생각하며 법정스님의 삶에서 나는 무엇을 배울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기본을 다시 생각하는 마음으로 윤동주 시인, 백석 시인, 정지용 시인, 한용운 시인, 이육사 시인, 김종삼 시인, 이용악 시인, 김수영 시인......., 처음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윤동주 시인이 살았던 시대에 비하여 오늘날의 시인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모국어로 시를 쓸 수 없었던 암울한 시절에도 윤동주 시인은 꿈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다. 오늘날의 시인들은 얼마나 자유롭게 시를 쓸 수 있는가. 이렇게 아름다운 시절에 시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오직 게으름 때문이다. 멀리서 검은등뻐꾸기가 운다. 홀딱 벗고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운다. 욕심 벗고 욕심 벗고 욕심 벗고 운다. 소똥구리가 울음소리를 뭉쳐서 굴린다. 말은 똥이다. 시도 똥이다.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가 시를 쓴다. 말을 굴리는 말똥구리가 시를 쓴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뻐꾸기는 울고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아침부터 부지런히 날아오른다.   



집 불일암 - YouTube

https://youtu.be/YtO3mWHpXHs?si=SJjrkASn0Eml_EvI

https://youtu.be/G1O3o-GjDaw?si=t5W8iMTviuXQAu04

https://youtu.be/56NraupG6GI?si=UbSkDETM0BAYoXU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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