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30
제비는 두 나래를 가지었다.
시산한 가을날―
어머니의 젖가슴이 그리운
서리 내리는 저녁―
어린 영(灵)은 쪽나래의 향수(鄕愁)를 타고
남(南)쪽 하늘에 떠돌 뿐―
_ (1935.10. 추정, 평양에서, 윤동주 19세)
1935년 10월 평양에서 쓴 작품으로 시의 제목인 '남쪽 하늘'은 윤동주 시인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 한반도가 아닌 만주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시인은 본국인 조선을 그리워하는 조선인으로서 향수를 머금고 남쪽 하늘을 향하여 날개를 펴는 제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 시인은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조국을 그리워하는 모습은 1936년에 쓰여진 작품인 <고향집>에서도 잘 확인된다.
윤동주 시인은 저렇게 남족 하늘을 그리워하는데 나는 윤동주 시인의 고향 북간도를 그리워한다. 우리들의 고향인 백두산 천지를 그리워한다. 요즘 <건국전쟁>이란 다큐멘터리 영화가 화제인 모양이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조명을 다시 시도하는 다큐멘터리라고 한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공과는 있을 것이다. 공산화를 막은 것은 공이 될 것이지만 민간인 학살에 대한 과 또한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계기로 좌우 분열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인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나는 희망한다. 윤동주 시인이 방학 때 고향으로 돌아갈 때 타고 갔던 기차를 타고 백두산으로 가고 싶다. 압록강을 걸어서 건너가고 싶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징검다리 건너서 걸어가고 싶다. 윤동주 시인의 고향 명동에도 걸어서 가보고 싶다.
'시산한'은 '스산한'의 방언이다.
'쪽-나래'는 '작은 날개'를 뜻한다.
* 원문표기
- '가지었다.' -> '가지엿다.'
- '서리 내리는 저녁' -> '서리나리는 져녁'
요즘 육지에는 폭설이 내리기도 하고 봄비가 내리기도 한다. 설악산 쪽에는 폭설이 내려 눈꽃을 피운다고 하고 남쪽 마을에는 매화꽃이 한창 피어난다고 한다. 백매와 홍매가 아름답게 피어난다고 한다. 이 좁은 땅에서도 어느곳에서는 폭설이 내려 겨울꽃을 피우고 어느곳에서는 따듯한 봄비가 내려 봄꽃을 피운다고 한다. 나는 따뜻한 나라 제주도에서 오늘도 산책을 한다. 제주도는 요즘 고사리 장마처럼 계속되는 비의 나날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가끔은 빗물을 말리는 해가 가끔 나타난다.
나는 언제 다시 비가 내릴 지 몰라서 우산을 들고 산책을 한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어있을 지 몰라서 우산을 준비해서 낮게 내려앉은 구름 아래를 걸어가고 있다. 천막처럼 낮게 내려앉은 구름 아래에서도 나는 안다. 저 구름 위에는 맑고 밝게 빛나는 햇빛이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구름을 밟고 건너가는 햇발의 발자국소리를 듣는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들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세상에는 보인다고 꼭 그것이 진실이 아니며 보이지 않는다고 꼭 없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텃밭이 있다. 연대포구 곁에 있는 작은 집 앞마당을 좋아한다. 다른 집들처럼 잔디를 깔지 않고 무와 배추와 상추와 쪽파와 포도나무까지 심어놓고 마당이 온통 식탁인 집이 있다. 보리수나무를 보살피는 할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증조할아버지때부터 살았으니 180년이 넘었다고 말한다. 180년이 넘게 한 곳에서 살았다는 한 가족의 내력을 더듬어본다. 점점 도심에 가깝게 다가간 마을의 내력을 생각한다. 이제는 도심이 되어버린 마을을 생각한다. 연대마을에는 이제 빈 연대와 파도소리를 끌어안은 카페들과 모텔들이 솟아오른다.
그런 마을에서 집은 더욱 키를 낮추고 집보다 넓은 텃밭의 무와 배추들이 꽃대의 높이를 발돋움하고 있다.
산책을 하다가 느닷없이 빙하기를 생각한다. 제주도가 육지와 하나였던 시절을 생각한다. 이어도가 제주도와 한 몸이었던 시절을 생각한다. 이어도가 온전히 몸을 드러내고 살았던 시절을 생각한다. 제주도까지 걸어왔던 사람들을 생각한다. 매머드를 따라서 서귀포 사계해변까지 따라왔던 사람들의 발자국을 생각한다. 화석이 되어버린 발자국들을 생각한다. 새발자국도 사슴발자국도 사람발자국도 화석이 되어버린 사연을 생각한다. 암모나이트 화석을 생각한다. 호모 사피엔스를 생각한다.
윤동주 시인이 보았던 제비의 후손이 이제 곧 제주도에도 날아올 것이다. 내가 사는 이어도공화국 베이스캠프에도 올 것이다. 퍼물논에서 흙을 물어와서 집을 지으리라. 흥부의 박넝쿨도 지붕으로 올라가 박꽃을 환하게 피우고 달덩이 같은 박도 둥그렇게 열리리라. 무는 무답게 자라고 배추는 배추답게 자라고 쪽파는 족파답게 푸르게 자란다. 바랭이는 바랭이답게 쇠비름은 쇠비름답게 명아주는 명아주답게 자라리라. 환삼덩굴은 환삼덩굴답게 자라리라. 물피·물달개비·쇠털골·밭뚝외풀·방동사니·알방동사니·바람하늘지기·마디꽃, 바랭이·뚝새풀·돌피·강아지풀·쇠비름·반하·갈퀴덩굴·명아주....,
사람들은 많은 들꽃들을 잡초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잡초가 따로 없다. 사람들이 그저 자신들이 사랑하지 않는 풀들을 잡초라고 뽑아버린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물만을 위하여 많은 다른 풀들을 뽑아버린다. 그런 사람들의 폭력성은 다른 사람들이나 다른 생명들을 대하는 면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세상은 인간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들의 공유재산이라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우리 인간들은 먼저 욕심을 내려놓아야만 한다.
https://youtu.be/YcntT4ZYrrQ?si=Wl5ZjZ4N_u4o4V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