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35
한 간(間) 계사(鷄舍) 그 너머 창공(蒼空)이 깃들어
자유(自由)의 향토(鄕土)를 잊은(忘) 닭들이
시들은 생활(生活)을 주잘대고,
생산(生産)의 고로(苦勞)를 부르짖었다.
음산(陰酸)한 계사(鷄舍)에서 쏠려 나온
외래종(外來種) 레그혼,
학원(學園)에서 새 무리가 밀려나오는
삼월(三月)의 맑은 오후(午後)도 있다.
닭들은 녹아드는 두엄을 파기에
아담(雅淡)한 두 다리가 분주(奔走)하고
굶주렸던 주두리가 바지런하다.
두 눈은 여물었고,
날 수 있는 기능(技能)을 망각(忘却)하였구나,
아깝다 세련(洗練)한 그 몸이.
_ (1936. 추정, 윤동주 20세)
1936년에 쓰여진 작품으로 닭장 안에서 열심히 알을 생산하는 동안 날아다니는 방법을 잊어버린 닭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 나오는 시다. 닭장 안에 갇혀 열심히 주잘대는 닭의 모습은 나라를 잃고 일제의 힘에 의해 강제동원 되었던 조선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런 음울한 현실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녹아드는 두엄을 파내는 닭의 모습처럼 현실에서도 꽁꽁 얼어붙은 현실이 조금씩 풀릴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그려보려는 화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1936년 같은 년도에 쓰여진 동명의 다른 작품 <닭>이 있다.
시에서 나오는 '레그혼(Leghorn)'은 이탈리아 원산의 닭의 한 품종이다. 이탈리아의 도시 리보르노(Livorno) 원산이며 리보르노의 항구를 통해 수출되어 영국과 미국에서 개량된 이후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는 품종이 된 후, 전 세계로 보급되었다.
'계사'는 닭을 가두어 두는 닭장을 말한다.
'고로'는 괴로움과 수고로움을 말한다.
'두엄'은 거름을 말한다.
'주두리'는 '주둥이'의 함경도 방언이다.
'바지런하다'는 놀지 아니하고 하는 일에 꾸준하다는 뜻으로 '부지런하다'와 비슷한 뜻이다.
'여물었고'는 '여물다'의 활용형으로 일 처리나 언행이 옹골차고 여무진 모습을 뜻하는 말이다.
'세련한'은 '세련하다'의 형용사 형으로 능숙하게 다듬거나 단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 원문표기
- '너머' -> '넘어'
- '잊은' -> '닞은'
- '부르짖었다' -> '부르지젓다'
- '쏠려' -> '쏠러'
- '레그혼' -> '레구홍'
- '굶주렸던' -> '굼주렷든'
- '바지런하다' -> '바즈런하다'
- '여물도록' -> '여무도록'
- '하였구나' -> '하엿고나'
너에게 가는 길이 열린다 (너에게 가는 길이 보인다) / 배진성
눈빛을 보니
눈이 쌓인다
눈길이 온다
눈길이 간다
숫눈이 좋아
숫눈 녹는다
물길 열리니
몸길 열린다
눈물 흘리니
숲길 보인다
https://youtu.be/yxCh8VsXorQ?si=8CyyUQT42tM-g8O0
https://youtu.be/DCd2pU3Fp00?si=s8eaCJYYVfwaqNF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