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 너에게 나를 보낸다 37
궂은비 내리는 가을밤
벌거숭이 그대로
잠자리에서 뛰쳐나와
마루에 쭈그리고 서서
아인 양 하고
솨―― 오줌을 쏘오.
_ (1936.10.23. 윤동주 20세)
윤동주 시인은 생전에 3권의 시작노트를 남겼다.『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 『창(窓)』,『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가 그것이다. 그중에서 나는 요즘 첫 번째 시작노트인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부터 다시 읽고 자료수집 차원에서 이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이번에 올리는 <가을밤>은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에는 제목이 없다. 차례에는 <잡필(雜筆)>이라고 썼다. 그리고 본문에서도 처음에는 제목을 <잡필(雜筆)>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아인 양>으로 고쳐 썼다가 이 또한 지웠다.
윤동주 시인은 첫 번째 시작노트 『나의 습작기(習作期)의 시(詩) 아닌 시(詩)』중에서 상당량의 시를 두 번째 시작노트 『창(窓)』으로 옮겨 적었다. 아마도 마음에 드는 시들을 옮겨 적은 듯하다. 그중의 한 편이 바로 이 <가을밤>이다. 『창(窓)』으로 옮겨 적을 때 제목을 <아인 양>으로 옮겨적으며 부제목으로 <가을밤>으로 병기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알 수 없지만 <아인 양>이란 제목도 지우고 부제인 <가을밤>만 남아있다.
이 작품은 아주 간단한 내용이다. 나도 어린 시절에 많이 했는데 밤에 마루 끝에 서서 마당으로 오줌을 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을밤에 자다가 일어나 마루에서 오줌을 싸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마도 윤동주 시인도 밤에 오줌을 싸고 몸을 떨었을 것이다. 사실은 가을뿐만 아니라 봄이나 여름에도 오줌을 싸면 몸이 순간적으로 추워져서 떨렸을 것이다. 따뜻한 오줌이 몸에서 빠져나가면 순간적으로 체온이 떨어져서 몸을 떨었을 것이다.
1936년 10월 23일에 쓴 이 작품은 잠을 자던 아이가 비가 오는 것을 보고 '마침 잘됐다'라고 외치며 시원하게 오줌을 누는 모습을 한 장의 그림으로 그려놓은 시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의 유년기가 얼마나 짓궂었을지를 상상하면 흐뭇하다. 아니, 개구쟁이들 뿐만 아니라 옛날에는 멀리 있는 화장실 가기 싫어서 많은 남자아이들이 이렇게 마루 끝에서 성난 고추를 내놓고 오줌을 쏘았을 것이다.
작품의 원제는 <잡필(雜筆)><아인 양>으로 보인다. 부제였던 <가을밤>만 남아있다.
같은 날에 쓴 다른 작품으로 <곡간>이 있다.
'아인 양'은 '아닌 것처럼'이라는 뜻으로 보이기도 하고 '아이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원문표기
- '궂은비' -> '구즌비'
- '뛰쳐나와' -> '뜇여나와'
- '쭈그리고' -> '쭈구리고'
- '아인 양' -> '아이ㄴ양'
- '오줌' -> '오좀'
얼굴책에서 가끔 문정기 선생님께서 올려주신 사진을 본다. 오늘은 키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라는 기생충 사진을 보았다. 참 흥미롭다! (임산부 조심) - 이 기생충은 물고기의 아가미를 통해 들어가, 물고기의 혀를 먹어 치우고 자신이 그 혀를 대체한다고 한다. 새로운 혀가 된다고 한다. 그 물고기가 먹이를 먹을 때마다, 그 음식의 일부를 빼앗아 먹고 살아가는 기생충이라고 한다. 키모토아 엑시구아는 어류에 기생하는 등각류라고 한다. 키모토아 속의 다른 종과 함께 어류 기생충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문정기 선생님 덕분에 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다. 기생충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하루가 되었다. 키모토아 엑시구아 덕분에 혀의 역할에 대하여 더 깊이 생각한다. 사람에게 혀는 무엇이고 물고기에게 혀의 의미는 무엇일까를 더 깊이 생각한다.
https://youtu.be/9cucObVW9W4?si=xQ7oDWUv4FgAAr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