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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Oct 03. 2024

사진 한 장

― 윤동주 시인과 함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003



사진 한 장 / 배진성



우연히 나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문어가 꽃게를 먹는 사진이었다

입이 아니라 대가리로 먹고 있었다

나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문어는 모든 것이

대가리 속에 들어 있었다

문어는 발과 대가리만 있었다


꽃게 한 마리 잡혀가고 있었다

온몸에 갑옷 입은 꽃게 한 마리

부드러움에게 먹히고 있었다


뼈도 없는 것이 뼈를 먹고 있었다


꽃게 한 마리

문어 대가리 속의 뇌를 꺼내려고

문어 대가리 속 깊이 손을 넣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문어의 다리를 자르고 있었다

부위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문어와 꽃게의 목숨을 건

식사 시간에 다른 물고기들은

그냥 조용히 헤엄만 치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이 그렇게 나를 먹었다





https://youtu.be/LbE0xosyGiI?si=dm_BFRv93GeUJ7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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