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시인과 함께 마지막 순례를 떠난다 003
우연히 나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문어가 꽃게를 먹는 사진이었다
입이 아니라 대가리로 먹고 있었다
나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문어는 모든 것이
대가리 속에 들어 있었다
문어는 발과 대가리만 있었다
꽃게 한 마리 잡혀가고 있었다
온몸에 갑옷 입은 꽃게 한 마리
부드러움에게 먹히고 있었다
뼈도 없는 것이 뼈를 먹고 있었다
꽃게 한 마리
문어 대가리 속의 뇌를 꺼내려고
문어 대가리 속 깊이 손을 넣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문어의 다리를 자르고 있었다
부위별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문어와 꽃게의 목숨을 건
식사 시간에 다른 물고기들은
그냥 조용히 헤엄만 치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이 그렇게 나를 먹었다
https://youtu.be/LbE0xosyGiI?si=dm_BFRv93GeUJ7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