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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Dec 19. 2024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윤동주 시인과 함께 2




윤동주 시인과 함께 2

―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보았던 사람들, 이어도에서 하늘로 간다 죽어서도 하늘을 우러러본다 서천꽃밭으로 간다 버드나무 아래 우물에서, 동자들이 물을 길어와 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숨결도 함께 주고 있다 서천꽃밭에서 꽃과 꽃씨를 챙겨 삼색 물을 건넌다


서천꽃밭을 나와 하늘에서 본다


소도였던 자리에 솟대가 세워져 있고, 마고할미가 살던 곳에 노고단이 있고, 단군이 내려왔던 곳에 참성단이 있고, 방사탑과 거욱대 위에 새와 돌이 있다


백두산도 보이고 지리산도 보이고 무등산도 보인다 한라산 백록담도 보이고 영실도 보인다 마라도와 가파도와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인다


한반도 남쪽에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높은 건물들과 붉은 십자가들이 보인다 한반도 북쪽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이 미사일처럼 세워져 있다


윤동주 시인이 방학 때마다 타고 갔던, 고향 가는 철로가 기적소리처럼 펼쳐져 있다 강처중의 고향도 보이고 문익환의 고향도 보인다


하늘에서 다시 본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 중간쯤

바다 위에 공 하나 떠 있다

손을 뻗친 손바닥 자국들이

비치볼에 가득 찍혀 있다


높은 하늘에서 본다

미국과 소련이 질러대던

럭비공 하나 떠 있다

축구공 하나 떠 있다

군홧발로 함부로 차던

족구공 하나 떠 있다


더 높은 하늘에서 본다

미국이 상대선수를 바꾼다

미국과 중국이 야구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한다

빠따로 수없이 얻어맞은

상처투성이 야구공 하나 있다

찌그러진 탁구공 하나 떠 있다


하늘에서 다시 본다

알이 하나 있다

알이 움직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나고 있다


가장 소중한 꽃 한 송이 피어난다




https://youtu.be/mlTmOstGAbA?si=2-orrS2yySFO4QlT




(유튜브 대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배진성

― 윤동주 시인과 함께 02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보았던 사람들,

이어도에서 하늘로 간다

죽어서도 하늘을 우러러본다

서천꽃밭으로 간다

버드나무 아래 우물에서,

동자들이 물을 길어와 꽃밭에 물을 주고 있다

숨결도 함께 주고 있다

서천꽃밭에서 꽃과 꽃씨를 챙겨 삼색 물을 건넌다


서천꽃밭을 나와 하늘에서 본다


소도였던 자리에 솟대가 세워져 있고,

마고할미가 살던 곳에 노고단이 있고,

단군이 내려왔던 곳에 참성단이 있고,

방사탑과 거욱대 위에 새와 돌이 있다


백두산도 보이고 지리산도 보이고 무등산도 보인다

한라산 백록담도 보이고 영실도 보인다

마라도와 가파도와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인다


한반도 남쪽에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높은 건물들과 붉은 십자가들이 보인다

한반도 북쪽에는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이

미사일처럼 세워져 있다


윤동주 시인이 방학 때마다 타고 갔던,

고향 가는 철로가 기적소리처럼 펼쳐져 있다

강처중의 고향도 보이고 문익환의 고향도 보인다


하늘에서 다시 본다

한국과 중국과 일본 중간쯤

바다 위에 공 하나 떠 있다

손을 뻗친 손바닥 자국들이

비치볼에 가득 찍혀 있다


높은 하늘에서 본다

미국과 소련이 질러대던

럭비공 하나 떠 있다

축구공 하나 떠 있다

군홧발로 함부로 차던

족구공 하나 떠 있다


더 높은 하늘에서 본다

미국이 상대선수를 바꾼다

미국과 중국이 야구를 한다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한다

빠따로 수없이 얻어맞은

상처투성이 야구공 하나 있다

찌그러진 탁구공 하나 떠 있다


하늘에서 다시 본다

알이 하나 있다

알이 움직이고 있다

알에서 깨어나고 있다


가장 소중한 꽃 한 송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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