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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04. 2025

병원(病院)

― 윤동주 시인과 함께 11



윤동주 시인과 함께 11

― 병원(病院)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서귀포혁신도시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이어도 길을 걷다가 태평양으로 간다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을 만나러 간다

남극노인성이 유숙하는 이어도로 간다


바다에서 해(海)를 본다 물이 아프다

인간들의 욕망이 낳은 쓰레기들의 섬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욕망들의 얼굴,


바다 해(海) 글자를 더 자세히 본다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가 아프다

아픈 어머니에게 방사능 오염수까지 먹인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트로이목마를 끌고 온다

북극곰의 신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바다와 하늘이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막내아들이

뜨거운 어머니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다

유숙하던 노인성도 곁에서 돕는다

서천꽃밭 꽃감관도 불사화를 가져온다


용궁으로 가는 올레에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노랫소리 들려온다 하늘에는 서천꽃밭이 있고 땅에는 마고성이 있고 바다에는 이어도가 있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노인성과 꽃감관도 떠나지 못한다



* 2003년에 태어난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성인이 되었다

* 인간들의 욕망은 바다에 쓰레기섬을 만들고 핵폐기물도 버린다

* 서귀포시 도로명주소에 '이어도로'가 있다



(유튜브 대본)


병원(病院) / 배진성

― 윤동주 시인과 함께 11




서귀포는 어디라도 문만 열면 태평양이다


서귀포혁신도시에서 중문관광단지까지

이어도 길을 걷다가 태평양으로 간다

설문대할망의 막내아들을 만나러 간다

남극노인성이 유숙하는 이어도로 간다


바다에서 해(海)를 본다 물이 아프다

인간들의 욕망이 낳은 쓰레기들의 섬

썩지도 않는 플라스틱 욕망들의 얼굴,


바다 해(海) 글자를 더 자세히 본다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가 아프다

아픈 어머니에게 방사능 오염수까지 먹인다

태평양의 수평선이 트로이목마를 끌고 온다

북극곰의 신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바다와 하늘이 함께 뜨거워지고 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막내아들이

뜨거운 어머니 이마에 물수건을 올린다

유숙하던 노인성도 곁에서 돕는다

서천꽃밭 꽃감관도 불사화를 가져온다


용궁으로 가는 올레에 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노랫소리 들려온다 하늘에는 서천꽃밭이 있고 땅에는 마고성이 있고 바다에는 이어도가 있다


어머니를 살리려고 노인성과 꽃감관도 떠나지 못한다



* 2003년에 태어난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가 성인이 되었다

* 인간들의 욕망은 바다에 쓰레기섬을 만들고 핵폐기물도 버린다

* 서귀포시 도로명주소에 '이어도로'가 있다




미안합니다 당신 / 배진성



미안합니다 나는 오늘 당신에게

망치로 크게 한 방 얻어맞았어요

나는 당신을 너무너무 몰랐어요

나는 왜 그랬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당신이 남자인 줄 알았어요

뒤돌아 보니 나는 참 바보였어요

나는 당신이 나의 아들 같았어요

꼰대의 고정관념 때문인 듯해요

내가 너무나 무심했던 것 같아요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한 번 남자라고 생각하니 그래요

행정학과라는 전공 때문이었을까

헤어스타일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얼굴을 반쯤 가려버린 안경 때문에

아, 나는 무엇에 씌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나는 언제부터 아들이라 생각했어요

메시지 내용이 좀 이상하긴 했어요

혹시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아닐까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사람의 생각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

한 번 잘 못 입력된 정보는 무서워요

극우와 극좌는 그래서 무서운 것 같아요


계엄령까지 공포한 내란범을 두둔해요


아, 나는 오늘 당신에게 무서운 망치

한 방 크게 맞고 자정으로 파도쳐요

이호테우해변 폐동이왓 팔각정에서

자정의 말등대 불빛을 받아 적어요

파도는 쌍원담까지 밀려와버렸어요

앉아서 어둠에 젖으니 너무 추워요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으니 돌아가요


어쩌면 나는 돌아가서 꿈을 꿈꿀까

꿈속에서라도 딸을 만날 수 있을까


미안합니다 당신

정말로 미안합니다 어여쁜 당신

죄송합니다 당신

너무나 죄송합니다 사랑스러운 당신

나는 이렇게 치명적인 죄를 지었네

이것이 진정 나의 운명이란 말인가

독을 품은 을사년의 독사에게 물려

몸과 마음 가득 독이 퍼져가고 있다


아, 거역할 수 없는 화사의 송곳니!

독으로 죽으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도끼와 화살촉 / 배진성



나무꾼의 도끼가 머리를 찍어버렸다

나의 딱딱한 생각의 머리가 박살 났다


터무니없는 큐피드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촉이 가슴에 박혀 빠지지 않는다


느닷없는 날벼락이 날개를 달아준다

그토록 바라던 딸을 하늘이 낳아준다


감당할 수 없는 사랑을 시험하고 있다

나는 선녀와 나무꾼을 다시 노래한다


하늘이 낳아준 사랑스러운 어여쁜 꽃뱀

어느 아름다운 사랑에게 시집보낼까




https://youtu.be/D_VK6dsXPRI?si=sd9DdlKqCc29vU9C


2025년 1월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는 자정 폐동이왓에서

2025년 1월 3일 아침 다시 이호테우해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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