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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05. 2025

윤동주 시인과 함께 12

―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 윤동주 시인과 함께 12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있던 순(順)이는 보이지 않고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가 춤을 추고 있다 살구(殺狗) 나무 아래에는 개도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미친 여우와 멧돼지가 날뛰고 있다 지랄발광하는 광견병을 조심해야 한다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살구(殺狗)를 먹는다


땅이 병들고 숲이 병들고 강이 병들고 바다가 병들어서 하늘까지 위험하다 하늘에서 꽃을 피운 전봉준 장군이 서둘러 내려온다 첫눈처럼 내린다 비상계엄령처럼 내린다 홍범도 장군도 김좌진 정군도 백범 선생님도 내려오신다 백두산 호랑이도 따라서 내려온다 하늘의 별들도 광화문 앞으로 쏟아져 내린다


원자폭탄 같은 수소폭탄 같은 태풍에 뿌리까지 흔들렸다 수시로 둔갑하는 긴꼬리여우와 술주정뱅이 멧돼지는 몽둥이로 때려잡지 못한다 망나니춤도 어렵고 칼춤으로도 감당하지 못한다 백 년 묵은 여우의 둔갑술과 천년 묵은 멧돼지의 지랄발광을 경계하라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살구나무 한 그루 뿌리까지 흔들린다


살구나무 꽃잎이 떨어진다 하얀 살구나무 꽃잎이 눈송이처럼 떨어진다 살구나무에 피어났던 별들이 떨어진다 삼남에서 불어오는 농민군 눈보라가 트랙터를 몰고 온다 만주 벌판을 달리던 사냥꾼부대 눈보라가 백두산 호랑이 앞세우고 휘몰아친다 여우와 멧돼지 잡으려고 온다 광견병 걸린 개들도 잡으려고 온다


지리산 반달곰 같은 트랙터가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올라온다 전봉준투쟁단이 횃불 같은 깃발 휘날리며 올라온다 황토현을 지나 우금치를 넘어 남태령으로 간다 남태령에서 트랙터와 응원봉이 만나 빛의 혁명을 일으킨다 호랑이 잡던 홍범도투쟁단도 빛의 혁명을 완성하려고 합세한다 이제 서울은 빛의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에 가지 못하고 외도 앞바다 해수관음상으로 누워있다 제주 외도동 연대포구 입구, 항구식당 수족관에서 마라도 방어로 헤엄치고 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 빈 하늘을 본다



(유튜브 대본)


윤동주 시인과 함께 12 / 배진성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있던

순(順)이는 보이지 않고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가

춤을 추고 있다 살구(殺狗) 나무 아래에는 개도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미친 여우와 멧돼지가 날뛰고 있다

지랄발광하는 광견병을 조심해야 한다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살구(殺狗)를 먹는다


땅이 병들고 숲이 병들고 강이 병들고 바다가 병들어서

하늘까지 위험하다 하늘에서 꽃을 피운 전봉준 장군이

서둘러 내려온다 첫눈처럼 내린다 비상계엄령처럼 내린다

홍범도 장군도 김좌진 정군도 백범 선생님도 내려오신다

백두산 호랑이도 따라서 내려온다

하늘의 별들도 광화문 앞으로 쏟아져 내린다


원자폭탄 같은 수소폭탄 같은 태풍에 뿌리까지 흔들렸다

수시로 둔갑하는 긴꼬리여우와 술주정뱅이 멧돼지는

몽둥이로 때려잡지 못한다 망나니춤도 어렵고

칼춤으로도 감당하지 못한다 백 년 묵은 여우의 둔갑술과

천 년 묵은 멧돼지의 지랄발광을 경계하라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살구나무 한 그루 뿌리까지 흔들린다


살구나무 꽃잎이 떨어진다 하얀 살구나무 꽃잎이 눈송이처럼

떨어진다 살구나무에 피어났던 별들이 떨어진다

삼남에서 불어오는 농민군 눈보라가 트랙터를 몰고 온다

만주 벌판을 달리던 사냥꾼부대 눈보라가

백두산 호랑이 앞세우고 휘몰아친다

여우와 멧돼지 잡으려고 온다

광견병 걸린 개들도 잡으려고 온다


지리산 반달곰 같은 트랙터가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올라온다

전봉준투쟁단이 횃불 같은 깃발 휘날리며 올라온다

황토현을 지나 우금치를 넘어 남태령으로 간다

남태령에서 트랙터와 응원봉이 만나 빛의 혁명을 일으킨다

호랑이 잡던 홍범도투쟁단도

빛의 혁명을 완성하려고 합세한다 이제 서울은 빛의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에 가지 못하고

외도 앞바다 해수관음상으로 누워있다

제주시 외도동 연대포구 입구, 항구식당 수족관에서

마라도 방어로 헤엄치고 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 빈 하늘을 본다



https://youtu.be/YtwLekhmnG4?si=R3NrUnp0DRDxwDN0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 윤동주 시인과 함께 12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있던 순(順)이는 보이지 않고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가 춤을 추고 있다 살구(殺狗) 나무 아래에는 개도 묶어두지 말아야 한다 미친 여우와 멧돼지가 날뛰고 있다 지랄발광하는 광견병을 조심해야 한다 과대망상증 환자들이 살구(殺狗)를 먹는다


땅이 병들고 숲이 병들고 강이 병들고 바다가 병들어서 하늘까지 위험하다 하늘에서 꽃을 피운 전봉준 장군이 서둘러 내려온다 첫눈처럼 내린다 비상계엄령처럼 내린다 홍범도 장군도 김좌진 정군도 백범 선생님도 내려오신다 백두산 호랑이도 따라서 내려온다 하늘의 별들도 광화문 앞으로 쏟아져 내린다


사탄의 무리들이 지랄염병하는 용산에서 발광이 시작되었다 원자폭탄 같은 수소폭탄 같은 태풍에 뿌리까지 흔들렸다 수시로 둔갑하는 긴꼬리여우와 술주정뱅이 멧돼지는 몽둥이로 때려잡지 못한다 망나니춤도 어렵고 칼춤으로도 감당하지 못한다 백 년 묵은 여우의 둔갑술과 천년 묵은 멧돼지의 지랄발광을 경계하라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살구나무 한 그루 뿌리까지 흔들린다


살구나무 꽃잎이 떨어진다 하얀 살구나무 꽃잎이 눈송이처럼 떨어진다 살구나무에 피어났던 별들이 떨어진다 삼남에서 불어오는 농민군 눈보라가 트랙터를 몰고 온다 만주 벌판을 달리던 사냥꾼부대 눈보라가 백두산 호랑이 앞세우고 휘몰아친다 여우와 멧돼지 잡으려고 온다 광견병 걸린 개들도 잡으려고 온다


지리산 반달곰 같은 트랙터가 세상을 갈아엎으려고 올라온다 전봉준투쟁단이 횃불 같은 깃발 휘날리며 올라온다 황토현을 지나 우금치를 넘어 남태령으로 간다 남태령에서 트랙터와 응원봉이 만나 빛의 혁명을 일으킨다 호랑이 잡던 홍범도투쟁단도 빛의 혁명을 완성하려고 합세한다 이제 서울은 빛의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에 가지 못한다 다시 만난 세상, 아침 이슬, 임을 위한 행진곡, 범 내려온다, 타는 목마름으로 함께 부르지 못한다 나는 아직도 외도 앞바다 해수관음상으로 누워있다 제주 외도동 연대포구 입구, 항구식당 수족관에서 마라도 방어로 헤엄치고 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누워 빈 하늘을 본다





남태령 대첩이 희망이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우금치를 지나 남태령으로 집결했다 서울로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오듯, 1894년에도 농민군들이 한양으로 진격을 하였다


고종은 겁이 나 청나라 군대를 요청하였고, 일본군도 이를 핑계 삼아 쳐들어 와서는, 경복궁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바람에, 이 땅에서 청일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전봉준의 동학군은 기관총으로 무장한, 조선과 일본 연합군에게 패배하였다 조선은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일본이 망하자 쌀국의 식민지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시금치는 알아도, 우금치는 잘 모르고 살아들 가는구나 노예가 된 내력도 잘 모르고 살다 보니, 백성들은 개돼지 취급을 받아 오다가 결국 민심이 폭발하고 말았다


트랙터를 몰고 올라온 농민들을 지키려고 시민들이 남태령에 몰려들었다 영하의 날씨를 무릅쓰고 밤샘을 하며 나라의 운명을 건 싸움을 다시 시작하였다 쥐식인들도 잠 못 이루는 밤이다


범이 내려온다 멧돼지를 잡으려고 범이 내려온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어매 아배 땀 흘리며 가꿔놓은 고구마밭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멧돼지를 잡으려고 홍장군은 카자흐스탄에서 먼 길을 나섰고 팔도의 호랑이들도 산길을 나섰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술에 취해 날뛰는 망나니를 잡으려고 우금치 호랑이는 트랙터를 몰고 오고

남태령 소녀들은 응원봉을 들고 오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임금행차놀이하다 이태원 참사 일으키더니, 검사무라이들을 풀어 야당을 탄압하더니, 뜻대로 안 되자 장군들과 역모하여 나라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미친놈을 잡으려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고무신에 따라준 막걸리를 들이켜고 기분이 너무 좋아 어깨춤을 덩실 추며 매국노를 찍어주는 노예들을 물어 가려고 그믐밤에 숯불 같은 두 눈을 번쩍이며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일제가 주고 간 곳간의 열쇠를 잃을까 봐 외세의 앞잡이가 되어 탐욕에 눈이 멀어 멧돼지를 왕으로 만든 왕조시대 노예들을 역사의 부채로부터 해방시켜 주려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조선이 식민근성을 극복하려면, 100년은 더 걸린다는 말을 믿는 쥐들이, 나라의 곳간에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내통하는 쥐식인들을 물어가려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우리는 패했지만 조선이 이긴 게 아니므로,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는 조선총독의 말을 복음처럼 믿으며 옛 주인을 기다리는, 서글픈 존재의 사슬을 풀어 주려고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살구나무 아래서는 멧돼지를 키우지 마라


무엇보다 도대체  "왜?" 그 황당하고 허술한 친위 쿠데타를 대통령이 벌였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외국 언론들이 심오한 윤건희 정권의 내막을 미주알고주알 알려줄 재간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담 넘어 국회로 들어가 후다닥 계엄 해제에 성공한 얘기, 국정원이 대통령 지시를 완전히 생깐 얘기, 성추행으로 쫓겨난 전직 장성이 백령도 수장과 전쟁 도발 시나리오 쓴 얘기, 국회 탄핵 투표 있던 날 여의도 일대에 모여든 수십만 시민들,  선결재 커피 식사로 훈훈한 연대를 이어간 축제 같은 집회, 그리고 감격스러운 남태령 대첩, 거기에 무지개떡으로 화답한 농민들의 이야기


거기까진 술술 무용담처럼 전해줄 수 있었으나, 한덕수, 최상목으로 이어지는 대통령 권한 대행들의 깝깝한 행보에 대해서는 말문이 탁 막힌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눈뜨고 목격한 실패한 친위 쿠데타의 주인공이 여전히 발 뻗고 집에서 주무신다는 얘기에 다들 놀라고, 구차한 권력을 며칠 더 이어 보겠다고 땡깡 부리는 노인네들의 잔머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덕수나 상목이나 하나같이 서울대 나오고, 미국에서 대학원 나오신 할배들의 구린내 나는 잔머리를 나도 설명할 수 없다  


프랑스는 대통령 유고시에 상원 의장이 권한을 승계받고, 그다음이 국무총리, 그다음이 하원의장이다 미국의 경우, 부통령, 그다음이 하원의장이다 둘 다 우리처럼 대통령 중심제 국가지만, 국회의장의 승계 서열이 일반 국무의원들보다 우위에 있다  


대통령 유고시 승계서열이 오로지 행정부 안에서만 이어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들 중 선출된 권력은 오직 대통령뿐이니, 선출된 권력 가운데서 가장 상징적 중심에 있는 국회의장이 승계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차제에 이 부분도 시정되어야 할 것 같다 극우 유튜브로만 세상을 판단하는 게 윤석열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경호처장 박종준, 그렇게 뻣뻣하게 굴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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