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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과 함께 29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by 강산




윤동주 시인과 함께 29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계시처럼 꿈을 꾸었다


운석이 눈이 되어 쌓였다 아직은 겨울인데 눈석임이 시작되었다 마을이 물에 잠기고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잠기고 도널드 트럼프가 뛰어올랐다


지상이 물에 잠긴 것인지 내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거대한 집 한 채가 물속에 있었다 황토로 만든 집이었다 벽 아래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벽 아래 물길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미꾸라지가 잡히더니 드렁허리가 잡히고 메기가 잡히고 장어가 잡히고 이무기가 잡히고 용까지 잡히기 시작했다 황토벽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황토벽 아래로 내려와서 잡힌다고 하였다


벽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하나씩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벽 속에서 다 기어 나오면 벽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을까


칠 년이 아니라 칠십 년이 아니라 칠백 년이 아니라 칠천 년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곳에서 낚시를 하며 살라고 하였다


겨우 꿈속을 빠져나온 새벽 세 시, 트럼프대통령이 취임식을 하고 있다

꿈 밖에도 거대한 벽이 겨울처럼 얼어붙고 있다 그래도, 밖으로 나간다


꽃들이 먼저 도착하여 봄을 부르고 있다

길에까지 나와서 손 나팔을 하고

봄을 간절히 부르고 있다

봄이 한라산보다

낮은 곳에서 먼저 대답을 한다

별빛을 먹고 피어난 꽃들이 다시 별들의 밥이 된다

별과 꽃이 한 상에서 서로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계절이 지나가는 돌담 아래에는 봄으로 가득 차 있다



(유튜브 대본)




윤동주 시인과 함께 29 / 배진성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계시처럼 꿈을 꾸었다


운석이 눈이 되어 쌓였다

아직은 겨울인데 눈석임이 시작되었다

마을이 물에 잠기고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잠기고

도널드 트럼프가 뛰어올랐다


지상이 물에 잠긴 것인지

내가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었다 거대한 집 한 채가 물속에 있었다

황토로 만든 집이었다 벽 아래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벽 아래 물길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미꾸라지가 잡히더니 드렁허리가 잡히고

메기가 잡히고 장어가 잡히고 이무기가 잡히고

용까지 잡히기 시작했다 황토벽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황토벽 아래로 내려와서 잡힌다고 하였다


벽 속에 숨어 있던 것들이 하나씩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벽 속에서 다 기어 나오면 벽은 스스로 무너질 수 있을까


칠 년이 아니라 칠십 년이 아니라 칠백 년이 아니라

칠천 년은 충분히 먹고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그곳에서 낚시를 하며 살라고 하였다


겨우 꿈속을 빠져나온 새벽 세 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을 하고 있다

꿈 밖에도 거대한 벽이 겨울처럼

얼어붙고 있다 그래도, 밖으로 나간다


꽃들이 먼저 도착하여 봄을 부르고 있다

길에까지 나와서 손 나팔을 하고

봄을 간절히 부르고 있다

봄이 한라산보다

낮은 곳에서 먼저 대답을 한다

별빛을 먹고 피어난 꽃들이 다시 별들의 밥이 된다

별과 꽃이 한 상에서 서로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계절이 지나가는 돌담 아래에는 봄으로 가득 차 있다





https://youtu.be/L9-7qiw--X8?si=2QstsrQ5i52aHS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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