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우리 함께 많은 것들을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당신의 이름은 바람에 흩어져 어디론가 떠납니다
나는 다시 바닷가 모래밭에 당신의 이름을 씁니다
파도가 몰려와 다시 한번 당신의 이름을 지웁니다
우리들의 이름은 끝내 어디로 떠나가는 것일까요
우리들의 이름은 어디에 묻혀야 가장 안전할까요
사마천은 이름을 남기기 위하여 사기를 쓴 것일까요
박경리 선생님은 무엇을 위하여 토지를 쓴 것일까요
제주사삼평화공원에서 잃어버린 이름을 호명합니다
이름을 모두 불러내어 해원상생 굿을 하고 있습니다
함부로 부를 수 없었던 이름들을 불러내고 있습니다
떠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이름들을 불러 보냅니다
시왕맞이굿을 하고 질치기도 하여 저승으로 보냅니다
저승의 열두 문을 차례로 열어 저승으로 잘 보냅니다
열다섯 살 전에 죽은 이름들은 서천꽃밭에도 들렀다가
극락으로 갈 수 있게 푸다시 하고 서우젯소리도 합니다
나는 오늘도 당신이 그리워서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나는 오늘도 당신이 그리워서 당신의 이름을 새겨봅니다
제주도에서는 해마다 사월이면 해원상생 굿이 펼쳐집니다
신과 영혼과 살아있는 사람들까지 즐거운 세상을 꿈꿉니다
그런데 올빼미 한 마리가 글쎄 부엉이 이름을 부르고 있다
부엉이 한 마리도 따라서 글쎄 올빼미 이름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