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밤새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이 슬퍼서 울까
밤새 우는 사람은 부끄러운 이름이 슬퍼서 울까
밤새 울던 벌레들은 오늘 밤에는 왜 울지 않을까
밤새 울던 사람들은 오늘 밤에는 왜 울지 않을까
최후변론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꿈을 꿀까
헌법재판소 법관들은 오늘 밤에 어떤 꿈을 꿀까
왜 좋은 대학 나온 대통령들은 독재자를 꿈꿀까
왜 우리 인간들은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만들까
왜 나는 오늘 밤에도 부끄러워 밤새 울고 있을까
왜 나는 오늘 밤에도 치욕으로 밤새 울고 있을까
나의 부끄러움도 윤동주처럼 별이 될 수 있을까
치욕의 밤들도 사마천처럼 기둥이 될 수 있을까
밤새 잠 못 이루고 나와 호박씨를 심으며 웃는다
아, 모두가 나의 도반이다 배가 고파 우는 새들도
윤석열 대통령도 도반이고 김건희 여사도 도반이고 박경리 선생님도 도반이고 사마천 선생님도 도반이고 김주대 시인도 도반이고 김주대 시인의 어머니도 도반이다 다시 한번 돌아보니 모두가 나의 도반이다
* 나는 김주대 시인을 잘 모른다. 그런데 얼굴책에서 몇 번 글과 그림을 보았는데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훌륭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주대 시인의 시와 문인화가 참 좋다. 아, 고등학교 다닐 때에 이미 문인화가였구나!
https://youtu.be/o4rKYHnt514?si=WVfovG7ienOU5ytP
김주대4일
<엄마,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꽃이 되는가?>
간밤에 시를 좀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서 아침 일찍 어머니께 전화를 건다.
-엄마, 사람이 죽으면 꽃도 되고 새도 되고 구름도 된다고 했잖아?
-응, 사람이 죽으마 꽃도 되고 새도 되고 구름도 되지.
-그게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는지도 혹시 아는가?
-죽으마 우째서 새가 되고 꽃이 되느냐고?
-응.
-사람이 죽으마 몸이 썩어서 다 부서져 흙이 되고 물이 되어 흩어지잖나. 묘를 파보마 살은 다 썩어서 흙이 돼뿌맀고, 삐하고 멀캉만 남아있다. 삐도 멀캉도 질내는(결국은) 다 부서지고 만다. 그기 바람을 타고 돌아댕기고 물을 타고 흘러내리가다가 날 따실 때 뭉치마 귀신불도 되고, 멀리 딴 데로 가서 꽃도 되고 새도 되고 그렇지. 귀신불은 죽은 사람 마음이다. 죽은 사람은 잘 썪는 데다가 묻어줘야 된다. 그래야 멀리 멀리 맘대로 돌아댕긴다.
-부서졌던 몸이 다시 뭉친다고? 귀신불은 죽은 사람 마음이라고?
-뭉치는 것도 있고 안 뭉치는 것도 있지. 뭉치마 그래 되고 또 흙이 되마 거게서 꽃도 나오고 양석(양식)도 나오고 사람이 그걸 먹고 아를(아기를) 맹글만 그 아가 죽은 사람이 다시 태어나는 기지 뭐로. 시상은 다 돌고 돈다. 훌 섞이서 돌다가 맺히마 이슬도 되고 꽃도 되고 목숨도 되는 기지.
-아, 그런 거구나. 근데, 엄마, 뭉치고 맺히면 뭐가 된다는 거 그게 참 묘하네. 저절로 뭉치면...
-저절로 뭉치기도 하고, 사람이 일부로 뭉치고 쌓아서 맴을(마음을) 맹그는 것도 있고. 그러마 또 새 목숨이 맹글어지는 기지.
-일부러 뭉쳐서 마음을 만들고 새 목숨을 만든다고?
-저짜 서낭대이(선황당)에 오다가다 한 사람씩 돌 던져 쌓아놓은 돌무더기 있었잖나. 넌 기억나나 몰따.
-응, 있었지. 기억나. 어릴 적에 봤지. 난 거기 넘어올 때 무섭던데. 도로 나면서 다 부쉈는지 안 보이데. 옛날부터 사람들이 돌을 던져 쌓은 거.
-그기 그래 사람들이 쌓아서 마음이 된 기다.
-무슨 마음?
-동네 지키고 사람들 지키는 마음이지. 그기 그냥 돌무더기가 아이고 우리 마을 지키주는 서낭장군이 된 기다. 어데 갔다가 동네 들어올 때 장군님이 나쁜 거 싹 씻어주고, 밖으로 나갈 때 용기를 너줬었다. 그러이 그 돌무더기가 자슥(자식) 걱정하는 부모맹쿠로 그러키 천년만년 거게서 잠도 안 자고 눈을 뜨고 탄탄하이 서 있었던 기지. 뭐든 오래 쌓고 뭉치고 정성이 합치마 그러마 뭐가 돼도 된다. 기운이 생기는 기지. 그래 해마동(해마다) 그따가(그곳에) 금줄을 새로 해서 두르고는 술도 바치고 떡도 바치고 세배도 하고 그랬잖나. 그기 없어지고 동네 병이 자꾸 돈다. 정성이 없어지이 사람들이 빠닥해진다.(각박해진다?) 내가 안 아플 적엔 그짜로 한 바퀴 돌민서 도로 가에다가 돌 하나씩 갖다 놨는데 쪼매 쌓이마 누가 자꾸 치와삐리더라. 도로 가에 밭 주인이 그랬겠지. 인진 외지 사람들이 마이 들어와서 농사짓고 그렁께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 인지는 냇가 가마 나 혼자 돌 하나 들고 집에 가이고 와서 하나씩 쌓아본다. 그러마 목숨이 하나씩 생기는 기지.
-엄마, 숨 안 차?
-왜?
-아니, 쉬지 않고 말을 술술술술 잘 하니 신기해서.
-숨은 덜 차다. 새복에(새벽에) 쪼매 그런 증상이 있다가 말더라. 내가 어데까지 얘기했노?
-냇가에서 주운 돌 마당에 하나씩 갖다놓는다는 거까지 얘기했지.
-저짜 창고 쪽으로 가마 니가 고닥꼬 때 밤실 지지바가 낑낑거리미 주다 준 돌에 기림 기리논 거 내가 안 버리고 놔뒀다.
-그게 아직도 있어? 40년도 더 됐을 건데.
-뺑끼칠을 해서 안 지와지고 있디만 인지 껍디기 비끼 지듯이 삐끼지더라. 밤실 그 지지바는 지금 뭐하는동 모르지? 시집갔을 끼라.
-아이고 할머니가 됐을 건데 머. 모르지. 나 서울로 학교 오고 그때부터 연락 끊어졌는데 뭐. 딴 남자 만나 잘 산다카더라고.
-가는 너보다 두 살인가 어리지? 너 서울로 대학 가고, 장마졌을 때 지지바가 하얀 교복을 입고 왔더라. 맨발로 물을 건너와서 마당에 못 들어오고 담 모티(모퉁이) 서서 그키 울더라. 그래 내가 달래서 보냈다. 참 얌전하고 이뻤다.
-아, 그랬구나. 40년도 더 지난 일이네. 즤가 연락 끊고는 엄마한테 가서 울긴 왜 울어, 거~참. 근데 그 돌을 어째 아직 가지고 있어?
-여게 니 맘이 들어갔으이 이것도 목숨인데 우째 버리노. 새도 구름도 안 버맀으이 저래 잘 날라댕기지. 꽃도 피는 기고.
-엄마, 요양보호사 아주머니한테 그 돌 사진 좀 찍어서 나한테 보내주라고 해봐.
-그래, 그카께. 끊고 기다리거라.
잠시 후 핸폰에 그 돌 사진이 왔다. 정말 있었구나. 두 개 그려서 그 지지바 하나 주고 내가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돌에도 세월이 많이 흘렀다.
김주대 2일
< 그 지지바 >
어머니 전화 목소리가 좀 떨리고 해서 어머니한테 내려왔다. 약 부작용이 조금 있고 다른 건 다 정상이다. 몸이 좀 괜찮아지면 오후에 마실을 갈 수 있을 텐데 지켜봐야지 싶다.
-엄마, 이 돌 내가 언제 그렸는지 기억나?
-기억나고 말고지. 니가 고돡고 2학년 땐가 기맀지. 술 마시고 학교도 안 가고 어데로 어데로 돌아댕기다가 학교서 너 찾는다고 선생이 찾아오고 그캤다. 넌 없어지마 아무도 못 찾았다. 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라카이 속이 탔다. 일하러 객지 간 너 아버지가 알만 비락이 날 끼고. 미칠 만에 집에 오디만 이걸 두 갠가 기리서 한 갠 책상 우에 놔두고 한 개를 들고 나가서 또 안 들어왔다.
-아이고, 그걸 다 기억하네. 엄마는 기억력이 참 대단해.
-그래 그때 어데 갔다 왔노? 밤실 지지바한테 갔었나? 생전 말을 안 하이 지금까지도 난 니가 어데 갔다 왔는지 모린다.
-궁금해?
-궁금하진 않고, 고돡생이 왜 그키 술을 마시고 그카는동 참 야속했다. 학교도 안 가고, 너 아바이가 휴가 내고 와서 너 기림 기린다고 물감 스치로북 다 갖다 버리고, 이제룬가 그걸 다 뿌수고, 그래 니가 포원이(원한을 품음) 지이 그런 줄은 알았다만 인지라도 기림을 기리이 니 포원은 풀었을 끼다.
-그때 돌 한 개는 그 지지바한테 갖다 주고 난 상주 가서 술 마싰지.
-그래 돈이 없으이 니가 꼬치 말린 걸 훔치갔더라.
-고추 팔아서 돈 마련했지. ㅋㅋㅋ
-그카고 넌 아버지만 오만 또 냇가로 산으로 도망가서 풀밭에서 자고 집에 안 들어왔다. 방깐 떠니리가고 과수원 떠니리 가고 너 아버지도 충격을 받고 우리가 돈 한푼도 없이 그래 상께 미술 기리지 말고 법까대하꼬 가라고 그랬지. 그래 넌 미술부 선생이 찰흙만들기(조소) 잘한다고 그캤다고 디안(뒤안)에서 뭘 만들기도 하고 그랬다. 그건 다 없어졌다. 흙인께 녹았다. 니가 마음 붙일 데가 없으이 밤실 지지바한테 갔나 그래 생각했다. 가가 참 이뿌고 참했다. 얼굴도 뽀얀 아가 예의도 바르고. 내가 너 찾는다고 가들 집에도 갔었다. 가도(그 아이도) 너 어데갔는지 모른다고 여게 저게 산으로도 찾으러 댕기고 그랬다. 니가 짚가리 안에 파고 들어가서 잘 숨는다고 가하고(그 아이와) 같이 나무집(남의 집) 짚가리를 다 디지고 그랬다
-ㅎㅎㅎ 엄마, 마당에 돌탑 마이 쌓아놨네.
-니가...(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