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밤을 자고 동틀 때
3.5 밤을 자고 동틀 때
나는 초서체(草書體)를 잘 모른다
철학자의 거실에 당호처럼 걸려 있었다
나는 모르면 물어보아야만 한다
철학자는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무상, 강태공의 어무제라고 알려주었다
'물고기 어'에 '없을 무'라고 하였다
도올 선생님의 글씨라고 알려주었다
그래도 내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당호였다
나도 저런 글자가 되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잘 읽지 못하여도
나는 나답게 당당하게 걸려있는 나, 나는
나답게 당당하게 걸어가는 나이고 싶다
밤을 자고 동틀 때, 나는 환하게 빛나리라
* 초서체 (草書體) : 십체(十體)의 하나. 필획을 가장 흘려 쓴 서체로서 획의 생략과 연결이 심하다. 전서(篆書), 예서(隸書)를 간략히 한 것으로 행서(行書)를 더 풀어 점획을 줄여 흘려 쓴 것인데, 초고(草稿) 따위에 쓴다.
齋(재) : 가지런할 재, 혹은 집 재라고 음과 훈이 되어 있습니다.
齊(제) : 엄숙할 제 등으로 나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