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광풍(狂風)이 휘날리는
4.3 광풍(狂風)이 휘날리는
광풍(狂風)이 휘날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새벽
여자만마을에서 출발한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어머니 아버지 생각 끝에
내가 만든 송편 싸들고 간다
라디오에서는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일이라고 알려준다
나의 세례명이 프란치스코이다
이산가족의 날이라고 알려준다
개천절에 이어 추석 연휴 이틀째
새벽을 열어젖히며 달린다
호남고속도로를 달려서 간다
추석에는 통행료도 무료라고 한다
아, 50분이면 갈 수 있는 고향
연어의 종착역 고향집으로 간다
고향집 둘러보고 뒷산으로 간다
부모님 유택이 있는 반월산 간다
나란히 손 잡고 있는 곳으로 간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사 가시고
끝까지 고향을 지키신 부모님만
나란히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다
그런데 아,
부모님 유택 앞이 환하게 열렸다
숲이었던 앞이 개간되어 밭이 되었다
포클레인 작업하여 감나무 심어져 있다
내가 만든 송편을 부모님께 올리고
형제 카톡방에 올리니
광주에서 누님과 매형이 달려오신다
떨어진 밤을 줍고 벌어진 으름을 딴다
부모님 유택 아래 묵정밭에
누군가 남몰래 묘지를 만들어두었다
누구일까
나의 밭에 누워계신 저 사람은 누구일까
추석날 다시 한번 찾아와야겠다
내 밭에 누워계신
저 사람의 후손이 찾아오지 않을까
만나서 저 사람의 사연을 들어보고 싶다
오늘은 일단 돌아와서
외서댁의 겨울 꼬막 이야기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