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무를 자르며

4.6 전등(電燈) 밑을 헤엄치는

by 강산





나무를 자르며

4.6 전등(電燈) 밑을 헤엄치는





오늘도 변함없이 하늘에 켜지는 전등이 있다

낮에는 해가 전등을 켜고 밤에는 달이 전등을 켠다

오늘도 전등(電燈) 밑을 헤엄치는 나무들이 있다


옛날에는 밭이었는데 어느덧 숲이 되어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깨와 고구마를 심던 밭이었는데

어머니는 땅 속에 누워계시고 밭은 숲이 되었다


옛날에는 댓등밭이라 했는데 요즘은 잿등골인 듯

나는 이제 뒤늦게 돌아와서 나무를 자른다

나무들의 눈물 색깔이 참으로 다양하다

어쩌면, 나무들의 피 색깔이 더욱 짙어진 것 같다

어떤 나무는 나이테에서 왈칼 물을 쏟기도 한다

물관을 타고 올라가던 물이 왈칵 쏟아져 내린다


특히나, 밤나무와 참나무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성묘 때마다 알밤을 주워가던 밤나무를 자른다

그러고 보니 꿀벌 농장의 벌들에게도 미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소나무 살리려고 나무를 자른다

소나무 곁에 원두막을 만들려고 나무를 자른다


이제 남은 삶을 어머니와 좀 더 많은 대화를 한다

살아서 미워했던 아버지와도 더 많은 대화를 한다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기 전에 부모님을 더 읽는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로다


오늘 내가 자른 저 나무들도 맹아림으로 번창하리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