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외로우면서도
4.15 외로우면서도
고구마가 좋아서 모셔왔다
하지만 나는 잊고 살았다
고구마는 외로우면서도
결코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가슴속 그늘을 들추어 보니
새싹이 돋아나 부르고 있다
뒤늦게 깨달은 나는 아,
방치된 사랑을 깊이 안는다
사랑의 새싹을 창가에 둔다
눈빛만으로도 사랑은 자란다
나는 이제 아침마다
사랑하는 당신의 숨결을 본다
나는 이제 아침마다
사랑하는 당신의 눈빛을 본다
나는 이제 저녁마다
사랑하는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나는 이제 저녁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백을 한다
작은 고구마순 하나에서
나는 태백산맥을 읽는다
천왕봉과 무주 덕유산
반야봉과 광주 무등산
그리고 광양 백운산
하늘로 솟아나는 함성
뱀사골과 달궁으로 가는
구름 함성과 혁명의 노래
피아골의 붉은 단풍나무와
피아골의 붉은 계곡물소리
피아골과 붉은 다랑이논들
지리산과 덕유산과 회문산
산이 산을 품어주는 산들
골이 골을 안아주는 골짜기들
뱀과 뱀장어를 함께 생각한다
달의 궁궐이 있을 법한 달궁에
내 사랑의 항아가 오늘도 산다
그런데 김현지가 누구이길래 저럴까
김현지 부속실장은 어떤 사람이길래
남양댁과 목골댁과 샘골댁과 들목댁
지리산은 역사의 무덤인가 젖무덤인가
피아골은 어떤 역사의 피로 물이 들었을까
천점바구와 외서댁의 동백꽃 봉오리가 부푼다
너덜겅의 돌들이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