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 황금(黃金), 지욕(知慾)의 수평선을 향하여
5.13 황금(黃金), 지욕(知慾)의 수평선을 향하여
전남에서 살아보기 3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나는 여자만마을에서 3개월을 살아가고 있다
부부 2개 팀과 나 홀로 2개 팀, 모두 여섯 명
참으로 소중한 인연으로 3개월을 웃을 수 있었다
하루는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 갈대밭에 갔다
잘 가꾸어진 국가정원이 가을로 물들고 있었다
잘 보존된 순천만 갈대가 흑두루미를 부르고 있었다
순천만 갈대밭이 와온 바다와 이렇게 가까웠다니!
용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세상이 훤히 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와온 해변에서 순천만 갈대밭까지 걸어서 간다
와온 소공원에서 전망대까지 다시 걸어서 간다
와온 해변과 순천만 국가정원 사이에 가야정원이 있다
순천만가야정원 설립자 유병천 선생님 참으로 대단하다
1956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났다는 선생님의 손을 본다
버려진 폐염전과 생활 쓰레기로 널브러진 땅은
그의 아름다운 손을 만나 가야정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 꽃을 심고 나무를 심어
더 이상 버려진 땅이 아니라 아름다운 정원이 되었다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노월길 82-42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가야정원에서 나는 배운다
그리고 나는 다시 벌교에도 간다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을 들러 중도방죽을 들러
염상구가 땅벌이라는 깡패 왕초에게 주먹패 주도권을 빼앗은
철다리 근처에서 꼬막 비빔밤을 먹고 순천만으로 돌아왔다
이승하 시인
입력
2025.11.11 06:30
수정
2025.11.11 07:34
내 어릴 적 아저씨 얘기
아저씨 어릴 적 시골 마을에
실지 있었던 일이래
신랑 각시 아직 아기 없었지만
남의 집 품이나 팔고 살았지만
사이가 그리 좋을 수가 없었대
빼앗긴 나라 호열자까지 번져
토사하는 사람이 앞집 옆집 뒷집
아저씨 살던 집은 용케 무사했더래
신랑이 앓아누운 옆집 행랑 각시는
병구완 해도 해도 더 심해지자
먹지도 않고 울기만 하더래
반쯤 죽은 사람 내다버리려
마을 어른들 들이닥쳤을 때
각시는 아무 말도 없더래
정자나무까지 따라오던 각시
거기서 다시 신랑이 토하자
순식간에 그걸 핥아서 먹더래.
―『사랑의 탐구』(문학과지성사, 2025년 재판 4쇄)
어떤 옛날 얘기 _ 이승하 시인 [ 이미지 : 류우강 기자]
[해설]
오늘은 빼빼로 데이
오늘은 11월 11일, 빼빼로 데이다. 친구 사이나 연인 사이에 초콜릿이 발린 과자인 빼빼로를 주고받는데 이날은 숫자 1이 네 개의 빼빼로를 세워 놓은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생겨난 기념일이다. 젊은 층 연인들 사이에서 빼빼로나 초콜릿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자리를 잡았으므로 대한민국식 발렌타이 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부산과 영남의 여고생들 사이에서 빼빼로처럼 날씬해지길 기원하며 서로 빼빼로를 교환한 것이 기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길쭉한 모양의 빼빼로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에 맞는 시를 찾다가 못 찾아 졸시를 올린다. 이 시의 내용은 아저씨를 아버지로 바꾸면 100% 사실이다. 내가 10대 소년이었을 때 콜레라(호열자) 발생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당신이 직접 목격한 일이라고 하면서 일제강점기 때의 경험담 하나를 들려주시는 것이었다.
호열자가 온 나라에 창궐하여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데 장례식을 치를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 동네에서 한참 떨어진 땅에 구덩이를 크게 파고 시체를 갖다 묻는 게 장례식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이른 젊은이는 새신랑은 아니었지만 혼인한 지 몇 년 안 된 젊은이였다. 그 마을의 이장쯤 되는 사람이 일꾼을 사서 의식도 잃고 시체나 다를 바 없는 그를 지게에 지고 공동묘지로 가는데 아내가 서럽게 울면서 남편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내 아버지가 목격하였다. 호열자의 주된 증세가 토사곽란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신랑이 마지막으로 토하자 각시가 미친 듯이 달려가 남편이 게워낸 토사물을 핥아먹더라는 것이다. 같은 병에 걸려, 같은 고통을 겪으며, 같이 죽은 그 젊은 여자의 산발한 모습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얘기하시곤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종이에다가 한자를 이렇게 쓰고는 말씀하셨다.
“그런 죽음을 순사(殉死)나 순절(殉節)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요즘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그 여자는 남편 없이는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이란 게 도대체 무엇일까? 남녀 간의 사랑이란 건 또 무엇일까? 사랑에 대한 나의 탐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