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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09. 2020

21. 제주 들불축제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내가 어린시절 겨울이면

낮에는 연을 날리고 팽이를 치고 썰매를 타고

밤이면 쥐불놀이를 하고 친구집에서 놀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자주 하지는 못했다

낮에는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산토끼를 잡고

오리에게 줄 물고기를 잡았다 또한 밤에는

봇짐장수 어머니가 받아온 곡식들 되질을 허거나

콩을 상에 펼쳐놓고 뉘를 가려내거나

꿩을 잡기 위해 콩에 구멍을 뚫고 싸이나를 넣었다


어제는 정월 대보름 이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달집 태우기가 유행이다. 지리산에 사는 이원규 시인이 올린 달집 태우기 유튜브를 보았다. 제주도에서는 달집 태우기를 정원 대보름에 하지 않고 3월 초에 한다. 들불축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 3월로 옮겨서 한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도 정월대보름들불축제라고 해서 정월대보름에 하였다. 하지만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3월 초에 금토일 3일 동안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가 이제는 목금토일 4일동안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올해는 3월12~15일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연기되거나 취소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제주들불축제 홈페이를 통해서 알아보면 될 것이다. 혹시, 취소될지 모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018년에 내가 작성한 포스트를 여기에 옮겨놓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이런 것들이 모두 생활이었으나 이제는 축제가 되었다. 자꾸만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변해가고 있어서 아쉽지만 이것도 세월따라 바뀌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여기에서 불에 대한 의미와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또한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들불축제 홈페이지 http://www.jejusi.go.kr/buriburi/main.do


          


제주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가마다 보통 2~3마리의 소를 기르며 주노동력인 소를 이용하여 밭을 경작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밭에서 집으로 또는 시장으로 운반하였다. 또 농한기에는 마을마다 양축농가들이 윤번제로 서로 돌아가며 중산간 초지를 찾아다니며 방목 관리하던 풍습이 있었다. 방목을 맡았던 목동(쉐테우리)들은 중산간 목야지 양질의 목초를 찾아다니며 풀을 먹였다. 이 때 중산간 초지의 해묵은 풀을 없애고, 해충을 구제하기 위해 마을별로 늦겨울에서 경칩에 이르는 기간에 목야지에 불을 놓아 양질의 새풀이 돋아나도록 불놓기(방애)를 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였던 것이다.
불놓기(방애)를 하는 기간동안 제주의 중산간 일대는 마치 들불이 난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장관을 이루었다. 이러한 제주선인들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승화 발전시킨 축제가 제주들불축제이다.

제주들불축제의 주요연혁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처음으로 개최하기 시작해 올해로 2019년 22회째 개최된다. 정월대보름을 전후해 개최되어 온 제주들불축제는 개최역사 21년 동안 2011년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했던 해를 제외하고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개최 초기 애월읍 납읍리와 구좌읍 덕천리 중산간을 오가며 개최하다 2000년부터 축제장을 지금의 새별오름으로 고정화했다. 축제장이 고정화되면서 축제광장 및 주차시설을 위해 주변 초지를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주들불축제는 첫 회 시작부터 반응이 좋아 연례축제로 개최가 가능했고, 회를 거듭하며 축제기간도 하루에서 3일로 늘어났고, 관광객들의 욕구에 부응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며 업그레이드 돼왔다.


축제가 인기를 끌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교류도시 공연단을 초청하여 춤과 노래, 무예 등 외국 자매도시 공연단의 무대가 프로그램으로 정착화 되면서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일약 국제적인 축제로 도약하게 되었다.


이러한 대외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정월대보름을 전후한 제주의 기상여건이 열악한 관계로 그 진면목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풍과 추위, 눈과 비 날씨로 오름불놓기를 연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는가 하면 일정을 축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월대보름 기간에 개최하던 일정을 새봄이 움트는 경칩을 맞는 날이 속한 주말로 개최기간을 옮기고 명칭도 ‘정월대보름들불축제’에서 ‘제주들불축제’로 지난 2013년 제16회 부터 변경하여 개최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의 도약을 위하여 기존 3일에서 4일로 일정을 연장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주들불 이야기            

아주 먼 옛날, 세상에서 가장 키가 크고 힘이 센 설문대할망이 섬(제주도) 하나를 만들어 한가운데 있는 한라산 북녘기슭 삼성혈에서 섬을 지킬 삼신인이 솟아나도록 하였다. 삼신인은 고을라, 양을라, 부을라로 오곡의 씨앗과 함께 목함을 타고 온 동해 벽랑국의 세 공주와 가정을 이루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모자람이 없으니 게을러졌고, 겨울이 되어 식량이 부족해지자 잘못을 뉘우치려 신에게 고사를 지내기로 하였다. 삼신인은 삼성혈에서 가져온 불씨를 피우고 간절히 기원하는데, 그만 큰 바람이 일어 들판과 땅을 태우고 말았다.


봄이 되자 불태워진 곳에서의 곡식들이 아무런 병충해 없이 무럭무럭 자랐음을 알게 되고는, 해마다 고사를 지내고 농사짓는 땅과 들판에 불을 놓으며 부지런히 일했다. 덕분에 섬은 오래도록 평안했다.


후손들은 선조들의 뜻을 이어받아 봄이 되면 무사안녕과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와 함께 들판 이 곳 저 곳, 이 오름 저 오름에 불을 놓았고, 그렇게 대대로 내려오던 풍습이 축제로 승화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불 / 강산

2018.03.05. 17:26


동쪽 하늘에 샛별이 떠오른다
서쪽 하늘에 개밥바라기 있다
동쪽 성산일출봉으로 떠오른 태양이
서쪽 새별오름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불만 보면 내가 먼저 뜨거워진다
불만 보면 내가 먼져 타서 재가 된다
불 속에서 태어난 제주도
불 속에서 태어난 한라산
불 속에서 불로 살았던 사람들
그 불씨가 자라나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의 불씨를 낳았으리라

불은 언제나 화산을 꿈꾼다
반딧불은 촛불이 되고
촛불은 횃불이 되고
횃불은 들불이 되고
들불은 다시 별이 되고 태양이 되리라
불의 강을 건너 불의 서천에서 꽃 피우리라



샛별


새벽 동쪽 하늘에 반짝이는 금성. 해질녘에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라고 한 것처럼, 금성이 새벽하늘에 보일 때는 ‘샛별’이라고 부른다. ‘새벽의 별’ 또는 ‘새로 난 별’이라는 의미를 줄인 말이다. 이 밖에도 새벽녘에 뜨는 금성을 ‘명성’, ‘계명성’이라고도 하며 평안북도에서는 ‘모제기’라고 부른다. 금성은 왜 이처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것은 금성이 일상적인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두울 때에 그 밝은 빛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되었다. 또한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옛날 백성들은 새벽에 샛별을 보면서 일터에 나가거나, 해 진 뒤에 개밥바라기의 붉은 빛을 바라보며 일터에서 돌아올 정도로 고되게 일해야만 겨우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들의 고달픈 세상살이에 대한 한탄과 시름은 애꿎은 샛별과 개밥바라기의 처연한 빛 속으로 녹아들었을 터이다.
샛별이나 개밥바라기라는 말 속에는 고단한 백성들의 감정이 이입되어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명칭도 여러 가지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서는 매년 3월 초에 들불축제를 한다. 새별오름에서 들불축제를 한다. 정월 대보름에 하지 않고 3월 초에 한다. 다른 지방의 쥐불놀이나 달집 태우기와 달리 제주도에서는 새별오름 한 면을 통째로 태우는 거대한 들불축제를 한다. 보통 3월 초에 3박 4일 동안 하는데 그 중의 하이라이트는 토요일 밤에 이루어진다. 새별오름에서 1년 동안 자란 억새들을 한꺼번에 태우는 행사가 이루어진다. 제주도는 옛날부터 목축업이 발달 하였고 또한 화전이 많아서 이를 축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많은 축제 중에서 들불축제가 가장 규모도 크고 볼만한 축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든다. 나는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과 장소는 가능한 가지 않는다. 비교적 한산한 시간을 택해서 행사를 준비하는 아침에 행사장은 미리 다녀왔다. 그리고 본 행사 시간에는 나 홀로 거실에서 사과 하나 먹으며 수선화 향과 함께 불에 대하여 생각을 하였다. 들불과 화산과 한라산에 대하여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들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사랑의 불씨에 대하여 명상을 하였다.



아침 9시 경에는 한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날 흐린 날씨 때문에 덮어두었던 포장도 걷어내고 횃불을 만들 솜방망이도 새로 만들고 있었다. 새별오름 아래쪽 억새를 베어 만든 달집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 달집에 붙여놓은 소원지들도 많은 생각을 하도록 하였다.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길에 나는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새별오름과 이달오름 사이의 묘지들을 둘러보고싶어서 아주 좁은 길로 들어섰다. 평소에 새별오름만 둘러보고 묘지들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묘지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새별오름 가까이에 있다는 왕따나무도 찾아보고 싶었다. 사진으로만 보고 직접 찾아가보지 못했던 왕따나무가 갑자기 보고싶어졌다. 왕따나무라는 말보다 나 홀로 나무라고 부르고 싶었다.



나의 준비가 부족하여 왕따나무를 찾지 못했다. 그냥 어림짐작으로 찾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어쩌면 나 홀로 나무를 찾고싶은 마음이 절실하지 않아서 찾지 못했을 것이다. 배가 고파서 제주시에 빨리 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던지 하여간 마음 속에서만 자라던 나무를 찾지 못하고 다시 평화로에 들어섰다. 나는 내일 다시 찾을 것이다. 좀 더 준비하고 좀 더 그리워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들불쇼, 제주들불축제 신종코로나에 꺼지나(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2020-02-03 13:32 송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제주에서도 3월까지 예정된 각종 행사가 전 취소되거나 잠정 연기됐다.

제주도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축제이자 제주대표 축제인 제주들불축제(3월12~15일)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종식되려면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아직 한달 이상 남은 들불축제의 연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들불축제는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연기된 적은 가끔 있다. 2009년에는 강풍으로 2012년에는 폭설로 축제 기간을 연장해야 했다.

구제역이 전국을 강타했던 2011년에는 행사가 완전히 취소된 적도 있다.

지난해에도 축제 마지막날에는 많은 비가 예보돼 당일 행사가 취소됐다.

1997년 시작된 제주들불축제는 옛 제주 목축문화인 들불놓기(방애)가 기원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드는 데 사용한 조상들의 지혜에서 유래했다.

들불축제가 열리는 애월읍 새별오름은 높이 119m, 둘레 2713m, 면적 52만2216㎡이다.이 가운데 들불이 타는 면적은 30만㎡로 축구장 42개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 관련 축제다.

이와함께 제주교향악단 정기연주회(2.7)와 기적의도서관 2020 겨울독서캠프(2.7~8), 우당도서관 개관 36주년 기념행사(2.15~16) 등의 문화예술 행사가 취소됐다.

스포츠 행사인 경우 2월 대부분의 행사가 연기됐다.

제11회 탐라배 전국 초등학교 야구대회(2.1~8)와 2020 제주평화기 전국태권도 대회 및 제4회 태권도 품새대회(2.13~23), 제26회 도지사기 생활체육 전도 테니스대회(2.29), 제15회 전국우수 고교 윈터리그 야구대회(2월 중순), 제26회 전국팔도 중학야구대회(2월 중순), 제47회 도지사기 배드민턴대회(3.7~8) 등이 잠정 연기 소식을 알렸다. 2020년 칠십리 춘계 전국 유소년 축구연맹전(2.10~16)은 취소됐다.

오는 11일 예정된 2020년 경제 활성화 도민대토론회는 4·15 총선 이후로 일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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