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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Feb 09. 2020

22. 유반석과 무반석

강산 시인의 세상 읽기 &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이어도공화국 양쪽에 유반석과 무반석이 있다

이어도공화국은 딱 중간쯤에 있다

나는 유반석과 무반석 딱 중간쯤에서 산다

나는 아마 문인과 무인의 중간쯤일 것이다

나는 아마 승인과 속인의 중간쯤일 것이다

나는 아마 성인과 장사꾼의 중간쯤일 것이다

나는 지금도 삶과 죽음의 중간쯤에서 살고있다


안덕면 화순리는 동·서로 동네가 나눠져 있다. 신작로 서편은 섯동네, 동편은 동동네라고 한다. 동동네 동쪽 냇가 높은 언덕에는 유반석(儒班石)이라는 큰 바위가 있고, 섯동네 서쪽 썩은다리 언덕에는 무반석(武班石)이라는 큰 바위가 있다. 이 같은 이름은 동·서 동네 사람들의 신분에서 비롯되었다.


옛날부터 동동네에는 이름 있는 양반들이 살았고, 섯동네에는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살았다. 동동네 사람들은 학식이 높고 지혜가 있었으나 섯동네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 대신 힘들이 장사여서 항상 동동네 사람들이 섯동네 사람들에게 기가 죽어지냈다.


어느 날 육지에서 어떤 신안(神眼:地術 또는 相術에 정통한 사람의 눈)을 가진 이가 화순리에 들리게 되었다. 그는 동동네에 머물면서 동동네 유반들이 섯동네 무반들에게 몰리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이 궁금해진 이 사람이 그 원인을 알아냈다. 어느 날 밤에 동동네 냇가의 큰 바위와 섯동네 썩은다리의 바위가 불빛을 뿜는 것을 본 것이다. 이는 유반석과 무반석에서 발하는 정기로 무반석의 불빛은 환한데 유반석의 불빛은 반딧불 같으니, 정기 싸움에서 지는 것이었다. 신안 가진 이가 이 같은 사실을 동네 사람들에게 말해 줬다. 그러자 유반들이 무반석을 쓰러뜨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유반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니, 무반의 힘을 꾀로써 이용하기로 모의했다.


얼마 후 동네에 상이 났다. 장사를 마치고 동동네 유반들이 계획대로 섯동네 무반들을 치켜세우며 술을 권했다. 무반들이 기분이 좋아질 무렵, 유반들이 무반석을 가리키며 은근히 힘자랑을 하도록 부추겼다. 그러자 무반들이 서로 무반석을 밀기 시작해서 무반석이 굴러 떨어졌다. 그 순간 청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갔다. 이튿날부터 섯동네에서 장사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해 무반의 세력이 약해졌다. 그제야 무반들이 유반의 꾀에 넘어간 것을 알고 유반석을 없애기 위해 유반석으로 몰려 왔다. 그러나 이미 무반석의 정기가 없어져 바위를 넘어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유반석에는 예전에 떠밀 때 들린대로 한쪽 밑굽이 들려져 있고, 거기에 받침돌까지 받쳐져 있다. 그 후로 동동네 사람들이 세력을 잡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전설은 아마도 유반들이 지었을 확률이 많다. 그리고 문인을 숭상하고 무인을 업신여기는 마음에서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 전설에서도 상대방을 속인다는 측면에서 유반들의 행동이 더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서 유반석이 있는 장소는 화순리가 아니라 감산리에 속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화순리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동네 정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할 수도 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이 될 것이다. 


* 유반석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올레길 제9코스 월라봉 올레길을 걷다 보면 바로 길가에 있다.



* 무반석은 두 가지 설이 있다. 무반들이 유반들에 속아서 떨어뜨려서 없어졌다는 설이 있고 그자리에 방사탑을 쌓았다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뒤집혀져 있다는 설이 있다. 



* 유반석이 있는 월라봉과 월라봉 단애, 일명 박수기정이라고도 합니다.


박수기정 위에서 바라본 형제섬과 가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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