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도가 모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산 Jan 02. 2023

도박 인생 1

도박과 우울증 3





먼지 무덤


먼지는 날마다 쉬지 않고 쌓인다

날마다 먼지 청소를 하지 않으면

나는 나도 모르게 먼지에 묻힌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니 나의 삶이 현성이의 삶을 망쳐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삶이 보내는 신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성이보다 내가 먼저 변해야만 한다. 나의 삶이 먼저 변해야만 한다. 내가 먼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며 모범적으로 변해야만 한다. 내가 먼저 변해야 나도 살고 아들도 살 수 있다. 내가 잘 살아야 아들이 잘 산다. 아들은 나의 그림자다. 아들은 내가 찍어놓은 발자국을 먹고 자란다. 아들은 내가 길에 벗어놓은 발자국을 먹고 자란다. 내가 벗어놓은 발자국이 아들의 밥이 되고 아들의 옷이 된다.


아들이 지금 많이 아프다

나의 마음이 많이 아프다


깍지벌레를 잡아야만 한다

마음속에 깍지벌레가 많다



인생일기(현성, 20190919) 1. 도박 인생 1



우선 전에 쓴 글들을 수정 보완하고 새로운 글들을 덧붙여 내 글들을 써내려 갈 예정이다. 그리고 진짜 내가 쓰고 싶을 때 또 쓰고 싶은 것들을 쓸 예정이다. 누구 눈치 보지 않고. 우선은 전에 썼던 글을 가져오기에 앞서 얼른 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힘들었던 지난 도박인생을 기록하고 싶다.

요즘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요즘 항상 떠오르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있다. 초등학생일 때쯤 잠자기 전 잠을 잘 거라는 것이 너무 좋았다. 기분이 좋았다. 정말 순수하고 예쁘다. 다음 날 가기 싫은 학교에 갈 건데 그저 잠을 잘 수 있어 좋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그 약간의 엔도르핀을, 살면서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도박을 하고 나서 잠은 주로 힘든 것을 잊기 위해, 또 잠이 들고난 후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은 정말 쓰레기 같고 한심한 경험의 글이다. 쓰고 있는 지금도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자취방에 울리는 타자소리가 스스로를 서글프게 한다. 스스로를 동정하게 한다. 물론 이런 기회를 준 분께 감사하다. 하지만 내 지금의 상태는 심적인 고통 이외에 다른 기분을 느끼기 힘들다. 지금도 도박을 하고 싶다. 정말 솔직히 글을 쓰고 싶다. 앓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과 고통들이 나를 성장할 수 있게 한다면, 성장하고 싶지 않다.

정말 내가 성장하고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이미 갈기갈기 찢어져 예전의 나를 영영 다시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자꾸 도박을 떠올리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마리아상이 떠오른다. 꿈에도 나온다. 종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데 이상하다. 각종 미디어의 영향일까. 왜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마리아상이 떠오르는 것일까.

1년 정도 지났다. 처음 도박을 시작한 지, 나아진 것은 없다. 오히려 내가 많이 망가졌다. 많이 망가진 정도가 아니고, 그냥 폭삭 망가졌다. 좋은 것을 봐도 우울한 생각을 먼저 한다. 돈을 벌기 위한 궁리를 한다. 일단 살이 많이 쪘다. 한 10킬로가량 찐 것 같다. 살부터 빼야겠다.

도박에 관해 글을 쓰기 싫어졌다. 떠오르는 기억들이 고통스럽다. 어떤 것부터 써야 할까. 시간의 순서대로 쓰고 싶지 않다. 떠오르는 순서대로 써야겠다. 우선 내가 했던 도박에 대해 써야겠다. 가상축구. bet365라는 세계적인 배팅사이트에서 만든 가상 축구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가상축구경기를 한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대 토트넘이라고 치자. 그럼 배당이 있다. 승 무 패에 각각 배당이 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강팀이라면 배당률은 대충 이런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승 2.0 무승부 3.4 토트넘 승 4.0 실제 축구가 아닌 가상축구다. 이 가상축구를 지긋지긋하도록 많이 했다.

글을 쓸수록 자괴감이 든다. 해외사이트에서 만든 것을 국내 도박 사이트들은 그 경기 결과들을 가져와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가상축구가 없는 도박 사이트들도 많다. 국내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사다리 이런 것들보다 조작이 없고 괜찮을 거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아직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한 때 나는 이 가상축구의 프로그램을 완전히 간파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처음 집에서 나가겠다고 했을 때였다. 만경이네 집에 갔다. 10만 원인가 20만 원이 있었다. 수중에는 아마 받은 것이었을 것이다. 새벽에 만경이와 용성이 자취방에서 몰래 스마트폰으로 가상축구를 하는데 10만 원이 몇 십만 원이 되었다. 수 십만 원이 되었다. 수 십만 원이 되었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멈추지 않고 계속하였다. 그러다 10만 원이 남게 되었다. 결국에는 수 십만 원이 있었는데 10만 원만 남게 된 것이다. 그때 또 마침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었다. 새벽에서 아침이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옷을 입고 제주대 후문 근처 피시방에 가게 되었다.

기억이 난다. 10만 원이 전부였는데, 나는 바이에른 뮌헨 승리 1.9 무승부 3.4 패배 4.0 정도의 배당이었다. 한마디로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팀이 이긴다에 걸어서 맞추면 19만 원 무승부에 10만 원을 걸어서 맞추면 34만 원 진다에 걸어서 맞추면 40만 원 정도였다. 나는 가장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던 바이에른 뮌헨 승리에 돈을 전부 걸었다. 맞췄다. 19만 원이 되고 그 돈은 조금씩 올라 다시 수 십만 원이 되었다. 그리고 제대로 하기 위해 그 이른 아침에 제주대학교 후문 피시방에서 인문대학 학생회실로 내려갔다. 그날은 귀신에 홀린 날이었다. 다시 수 십만 원이 된 내 잔고는 200만 원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200만 원은 다시 100만 원이 되었다가 운이 좋아 500만 원이 되었다.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잠도 못 잤고 나는 나쁜 짓을 하고 있는데 10만 원을 걸어 따지 못하면 잔고가 없었을 나인데 수중에는 500만 원을 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배팅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500만 원을 따니 완전히 프로그램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학생회식인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만경이네 집이 불편했다. 4만 원 정도 주고 시청 근처 모텔 숙소를 잡았다. 기억이 난다. 그 방의 분위기와 밝기, 아 모텔은 며칠을 잡았다. 그날 하루가 아니라. 그 500만 원은 원예를 만나기 전까지의 도박 자금으로 사용되었다. 원예를 만나기 직전까지 나는 도박을 했다. 원예는 피시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그 피시방에 진작 도착했는데도 불구하고 원예가 맞은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예가 보이지 않게 도박을 계속하고 있었다. 정말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 그 번화가인 시청 피시방에서 불법사이트를 버젓이 켜놓고 도박을 하다니. 그렇게 내 500만 원은 1,000만 원이 되었다. 몽롱했다. 마약을 한 것처럼 도박은 희한하다.

정말 많이 따게 되더라도 그렇게 기쁘지 않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돈도 언젠간 내가 다 날릴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원예와 데이트를 했다. 원예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데이트할 당시에는 1,200만 원 정도가 되었었다. 오늘 귀신에게 홀린 것 같다고 했다. 10만 원이 1,200만 원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맥주 집에서 먹고 싶은 안주들을 전부 시켰다. 그래도 5만 원이 안 되었던 것 같았다.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넋이 나가 있었다. 나는. 그동안 원예와 정말 많이 싸웠다. 그날도 어김없이 싸웠다.

싸우고 집으로 가는 길에 현동이와 통화했던 것이 떠오른다.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고. 이러이러하게 되어서 지금 돈이 많이 있다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돈 필요하면 말하라고 그랬다. 동현이는 그때 돈이 없어서 돈을 빌릴 수 있겠냐고 하길래 당연히 빌려주겠다고 할 정도였다. 원예와 헤어지고 다시 모텔로 갔다. 지금부터는 떠올리기 싫다. 갖고 있던 1,200만 원은 그날의 프로그램은 내가 완전히 파악하고 이해했기 때문에 다시 1,700만 원이 되었다. 이게 내 가장 큰 불운이었다.

1,700만 원은 그때 당시의 내가 까먹은 돈을 다 합하고 엄마에게 있던 500만 원의 빚을 다 갚아도 오히려 흑자였다. 거기서 멈췄으면 정말 예전의 나로 돌아갔을 것이다. 새벽에 또 1,700만 원으로 도박을 하였다. 대체 어느 정도까지 땄어야 나는 멈출 수 있었을까? 도박의 무서운 점 중 하나다. 따도 잃어도 멈추지 못한다. 해가 뜰 때까지 도박을 했다. 정말 그야말로 밤새 했다. 1,200만 원을 잃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못했다 현동이에게 미리 보내놓은 엄마에게 갚아야 할 500만 원을 다시 달라고 하였다. 현동이는 내가 줬었고 내가 계속해서 부탁을 하니 다시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 500만 원도 다 썼다.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다. 지금은 그냥 이렇게 무표정으로 글을 쓰지만 당시의 심정은 세상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었고 허무했고 화가 났다. 마지막 배팅을 하고 틀렸을 때 모텔의 벽을 발로 찼다. 벽이 뚫렸다. 걱정이 되었다. 물어줘야 할까 봐 이미 나는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다시 또 이 돈을 물어줘야 한다면 정말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그 모텔에서 다시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세상을 잃은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일단은 집에 오라고 하였다. 일단 가장 기억에 크게 남아있는 단편적인 장면이다. 일단 도박이야기를 떠올리고 다시 글로 쓰니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잠시 다른 글을 써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따뜻한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