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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산 Jan 02. 2023

몸과 마음

도박과 우울증 5




몸이 아픈 아빠와 마음이 아픈 아들

도박과 우울증 5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적용기간 종료 안내> 우편물을 받았다. 그동안 엄청나게 큰 도움을 받았다. 산정특례 적용을 받지 못했으면 의료비 때문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희귀병 환자다. “비후성심근증” 심장의 벽이 두꺼워지는 병이다. ‘사랑하면 죽는다는 병’ ‘심장마비로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병’ ‘돌연사 확률이 가장 많은 병’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서 어려운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5년을 더 살았다. 앞으로도 한 50년은 더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5년을 더 살았다. 2017년 12월 22일,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 그날 나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5년을 더 살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들이 있다. 눈앞이 어른거리면 위험신호라고 했는데 좀 더 신중하게 스스로 관찰을 해야만 하겠다. 수술 후에 나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뇌졸중이라 했는데, 그 전조 증상이 눈부터 온다고 하였는데 좀 더 지켜보아야만 하겠다.


내가 5년을 더 살면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였다. 나의 조급한 마음이 현성이 인생을 망쳤다. 나의 책임이 가장 크다. 나는 나 자신이 언제 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죽기 전에 현성이와 현동이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나는 현성이와 현동이의 꿈을 알고 싶었고, 그 꿈을 응원하고 싶었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 성급한 나의 욕심이 오늘의 불행을 낳고 말았다.


나는 현성이와 현동이의 꿈을 알아보기 위하여 글을 쓰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하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그 꿈의 종잣돈을 마련해주기 위하여 글을 쓰면 돈을 주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글을 쓸 때마다 어렵게 마련한 돈을 100만 원씩 주었다. 이것이 나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그렇게 내가 굶어가며 마련해 준 돈은 꿈의 종잣돈이 되지 못하고 현성이를 죽이는 독약이 되었다.


의도가 좋다고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현성이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나는 현성이를 너무 믿었다. 현성이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는데 나는 너무 독한 화학비료를 주고 말았다. 그 부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현성이는 나의 의도와 정 반대의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현성이에게 나는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이었다. 현성이는 나의 조급한 마음을 ‘아빠는 부자’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심어주고 말았다. 무의식적으로 심어진 이 잘못된 인식은 현성이의 경제적 관념을 무너뜨렸고, 돈을 쉽게 생각하게 만들었고, 결국 도박 중독자로 만들고 말았다.


이제 와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후회하고 누구를 탓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후회할 시간에 현성이 병을 치료하고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우울증 치료와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두르지 말아야만 할 것이다. 나의 조급함이 또다시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


나는 몇 천 원 아끼려고 배가 고파도 밥을 굶고, 회사에서 남은 반찬과 햇반을 가져다가 목숨을 연명하며 거지처럼 살고, 이발비가 아까워서 앞머리 길어 눈 쑤시면 혼자 몰래 거울보고 앞머리 옆머리 잘라가며 최소한 3개월 이상 버티고, 이쑤시개 하나라도 아껴가며 어렵게 살고 있는데, 현성이는 이제 내가 돈 찍어내는 기계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그냥 내가 마음만 먹으며 1,500만 원쯤은 뚝딱 찍어내는 줄 아는가 보다.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나왔는데 잠은 안 오고 그냥 눈물만 나온다.


나에게 지는 빚과 은행에 지는 빚은 어떻게 다를까. 현성이는 왜 그럴까. 내년 1월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서 나에게 빚을 갚겠다고 하면서, 왜 자신이 직접, 금융기관에 변제할 생각은 하지 못할까. 나에게 갚는 것과, 은행에 갚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나에게 진 빚과, 은행에 진 빚은 어떻게 다를까. 한 달에 20만 원씩만 갚아도 된다고, 내가 그 길을 알려주겠다고 하는데, 왜 현성이는, 그 방법을 이해하지 못할까. 현성이는 혹시, 빌리는 것에는 능숙한데, 갚을 줄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참 갈수록 걱정이 태산이다.


당부의 말씀

나는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나의 생각을 말하고 나의 방식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공동체의 중요한 사항들은 반드시 가족 공동체 모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며,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며,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것으로 결정이 되더라도 나는 그 결정을 충실히 따를 것이오니, 가족 공동체 모두는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또한 다른 가족 공동체 여러분들께서도 여러분 각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여주실 것을 당부말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성불하세요.


고난은 언제나 자신의 몸을 뚫고 나가라고 우리들에게 온다.


현성이 빚 1,500만 원 변제와 관련하여, 가족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주에 가족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다음 주 월요일에 병원과 단도박 센터 가서 의견 들어보고, 종합해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려고 합니다. 좋은 의견 많이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는 이제 어느 누구와도 확정적이지 않은 거래는 하지 않는다. 특히, 돈거래는 어느 누구와도 선불로 먼저 빌려주지 않는다. 물론, 가족들과도 예외 없이 돈거래는 하지 않는다. 내 처지에서 조건 없이 선물을 할 정도라면, 그냥 돌려받을 생각 없이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나의 확고한 신념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변할 수 없는 철칙이다.


현성이는 나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현성이가 스스로 돈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줄 작정이다. 그런데 현성이는 자신의 빚을 내가 대신 갚아줄 것을 바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이제 어떤 이유로도 내가 직접 다른 사람들의 빚을 갚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에 본인 당사자가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그리고 좀 더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보고 갚아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실현 가능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지난날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성이가 크게 부담 갖지 않고 갚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담당 선생님께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하고 가장 현실적인 최적의 방법을 찾아볼 작정이다. 이번에는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하고 철저히 확인하고 모든 것은 내가 직접 챙기고 확인하면서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성이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고 또한 불가피하게 고통도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에게 희망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꼼꼼하고 정확하게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것은 이자율 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여 이자율 연 3.25%~연 8%인데 약 5%~6% 정도의 이자율이 결정되고 원리금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한다면 가장 부담이 적은 상태로 변제할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한 달에 지불할 금액이 약 159,000원~166,000원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 연 8%로 잡아도 180,000원 정도 예상된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20만 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20만 원도 벌 수 없다면 밭에 불러서 일을 시키고 일당 10만 원씩 줄 것이다. 그러면 한 달에 최소한 2일만 일을 해도 충분이 차질 없이 갚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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