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라봉
도박과 우울증 17
오늘은 현성이 혼자
아빠 돕는다고 왔다
날씨 좋아 소풍 갔다
월라봉의 유반석은
오늘도 푸른 비둘기
가득 품어주고 있다
현성이와 오랜만에 월라봉에 갔다. 월라봉 정상 가는 지름길을 막아놓아서 돌아서 갔다. 최근에 월라봉 탐방코스를 다시 정비를 한 모양이다. 그냥 월라봉 정상에만 가지 말고 일제강점기 파놓은 동굴들을 보면서 역사와 평화에 대하여 한 번 더 깊이 생각하라는 뜻으로 길을 정비한 듯하였다. 길을 돌려놓아서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오히려 더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경사길을 폐쇄하고 동굴진지가 있는 길로 돌아서 천천히 올라갔다. 정상에는 전에 없었던 잘 생긴 월라봉 표지석도 놓여있었다. 이 큰 돌을 어떻게 이 높은 곳까지 올려놓았을까 현성이와 대화를 나누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산방산과 화순항과 송악산쪽은 미세먼지가 많았다.
아빠 도박에 빠졌던 것은 절대 아빠가 주신 돈 때문이 아닙니다. 도박 사이트에서 받았던 공짜 5만 원 때문입니다. 어쩌면 천운으로, 운명이 이렇게 된 것 일지도 몰라요. 어린 나이에 도박에 빠져, 더 늙기 전에 도박의 무서움을 알고 완치가 된다면, 나중에 도박에 빠질 일이 없지 않겠어요?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고요. 천성 자체가 도박에 빠지기 쉬운 천성이라, 평생이 위험했던 겁니다. 절대 죄책감 가지지 마시고 천운으로, 나중에 크게 아플 것을 지금 미리 덜 크게 아프고 있다 생각해요 저는. 오늘도 파이팅. 우울증으로 체중 관리가 되지 못해서 리틀 김정은이 되어버린 현성이가 말했다.
그리고 밤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할까요?라고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우선 몸부터 정상으로 회복한 다음에 천천히 하자고 말렸다. 마음이 너무 급해서 더 망칠 수 있으니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시나브로 하자고 하였다. 아직은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진료를 받고 치료를 시작한 지 이제 3주가 되었다. 약을 처방받아서 복용한 지 3주간 되어간다. 내일도 정신의학과 의사를 만나고 단도박 센터를 간다고 하였다. 오후에 진료를 받기 때문에 내일은 아침에 현동이와 함께 오겠다고 하였다. 오늘은 월라봉에 다녀오느라고 일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나름 의미 있는 날이기도 하였다. 월라봉은 운동코스로도 좋지만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라서 앞으로도 더욱 깊이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월라봉에는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동굴진지뿐만 아니라 몽고로 말을 실어 보내기 위해 대평포구로 말을 몰고 가던 말길이 있고 박수기정이 있고 김광종영세불망비가 있고 또한 탐라순력도를 그리도록 조언했다는 남인의 중심인물 오시복과 이형상 목사에 대한 연구도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