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우울증 22
화순 오는 길에 원물오름에 올랐다
동광 육거리 전에 있는 오름이다
안덕면 충혼묘지 뒷 배경으로
병풍처럼 서 있는 오름이다
소문처럼 고사리가 많은 오름이었다
공동묘지뿐만 아니라
오름 전체에 묘지들이 많이 있었다
오름 정상에도 많은 묘지들이 있었다
그야말로 저승이 따로 없었다
고사리 멜빵으로 제사음식을 지고 올라온 듯
고사리 멜빵들이 많이 흩어져 있었다
고사리 지게도 많이 받쳐져 있었다
산 사람들도 죽은 사람들도
전망 좋은 곳을 좋아하는 듯하다
높고 툭 트인 곳을 좋아하는 듯하다
안내 표지판을 잘 못 이해했는지
초행길이라서 처음에는 다른 길로 가다가
뒤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찾아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는 바람에 현성이가 빨리 지쳤다
무덤 곁에 나란히 누워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바람 많은 위쪽 길에는 얼음도 얼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광육거리에 있는 헛묘에도
들러 잠시 묵념을 하고 정방폭포 물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