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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


핵가족이 기본 형태를 이루며 발전해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기만의 방’을 갖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특정한 계급의 ‘남성’이라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어 있던, 사색과 자신과 독대가 가능할 수 있었던 공간이 바로 ‘자기만의 방’이었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는 모더니즘 작가인 그녀는 당시 여류작가들의 생생한 현실을 통해서 페미니즘에 대해 소설을 썼다.


울프는 이 책에 그녀의 소설 중에 가장 자전적인 내용이 많이 가미했으며, ‘자기만의 방’이라는 제목아래, 예술과 페미니즘의 관계에 대한 많은 시사를 담으며, 역사적 연관성과 일화, 개인적 체험, 사실성, 전형적인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두 종류의 식사 체험에 대한 서술로 시작해서 기존의 남성 중심의 문학에서 벗어나 수평, 수직적인 분석을 해낸다.



버지니아가 살던 빅토리아시기 19c말에서 20c초에는 2차 산업 혁명 시대로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사회분위기였다. 이러한 시기에, 여성에게는 자신이 번 돈을 소유할 권리가 없다고 정한 법률이 존재하기도 했다.


이러한 말도 안 되는 법률 아래,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역사적으로 겪어온 지적 가난함의 대물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시기에 또한, 다윈의 진화론이 열강의 식민지 침략을 정당화하는데 쓰이곤 했는데, 이 적자생존의 원칙을 남성과 여성 사이에 적용해 남성의 우월함을 정당화하려는 무리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렇게 여성을 사회적, 역사적으로 억압하여 생성된 기반을 토대로 남성은 오히려 경제적으로 지적으로도 특권을 누려왔다.



작가는 이러한 남성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과거의 관습과 제도를 깨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것을 강조하며 여성의 주권 회복과 여권 옹호의 분위기를 이 작품에서는 열심히 담아냈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성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으로 그려지기 쉽다.


굉장히 좋은 사회적 위치에 서 있는 여성도, 성공한 커리어우먼일지는 모르나, 성공한 어머니는 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이 뒤따르기도 한다.



지금은 사회가 많이 개방되면서 자유가 한껏 주어진 세상 속으로 들어온 듯 보이기도 하지만, 여성을 아직도 한 사람으로 살기보다는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100년 전 울프의 시대와 비교해볼 때 과연 지금이라고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울프는 이 책에서 단순한 페미니즘, 여성옹호의 글귀만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외침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이라면 현실의 거대한 억지스러운 고정관념이란 벽에 부딪혔을 때, 현실에 순응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과감히 개척해 나갈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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