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엄마가 창피해 보이는 건 싫어요!

5살이 된 우리 아이는 여자라고 치마 입는 것을 좋아한다.

활발한 성격이라 어렸을 때는 레이스 달린 옷만 입혀도 따갑다며 싫다고 안 입겠다더니, 조금 컸다고 공주옷만 입겠다고 고집이다.


어느 날은 "오늘은 바지 입고 가자. 괜찮지?"하고 물으니, 아이는 "네."라고 대답하더니 또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바지 입고 어린이집 갔다가 친구들이 남자라고 놀리면 어떡해요?"

"에휴~~."

결국, 이날도 딸아이는 공주 원피스를 입고 어린이집에 갔다.


이렇게 옷부터도 관심사가 남다르니 아이에게 신경 써 줄 부분이 많이 생기곤 한다.


 아이 등원 길에 오늘도 아이는  한 마디를 한다.

"엄마, 오늘 이따 나 데리러 오실 때에는 지금보다 더 예쁜 옷으로 입고 오세요~."라고.

그래서 "왜?, 지금 이 옷은 이상해?"하고  물으니 아이는 "아니요. 지금 옷도 예쁘지만 더 예쁜  옷으로 입고 오세요. 친구들한테 창피해 보이지 않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럼, 언제 엄마가 창피한  적  있었어?"하고 되물으니,

"네, 한 번요. 머리만 예쁘게 하고 옷은 안 예뻤어요."라고 아이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집 앞 슈퍼만 나가더라도 나름 챙겨 입고 나가는 편이라 언니는"슈퍼 아저씨에게 잘 보일 일 있냐"며 내게 농담까지 할 정도였기에  아이의 오늘 이야기는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엄마를 창피하게 생각하고 숨기려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고, 요즘 애들은 빠르다기에 신경써서 엄마들도 잘 꾸미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직접 이런 일을 겪으니 기분이 참 묘했다.


생각해보니 어느 날, 진짜 머리는 열심히 다듬다가 하원 시간이 다 되어가길래 대충 집에서 입던  간편한 차림 그대로 나간 적이 한 번이었다.

하지만, 그날에는 선생님께서도 헤어 스타일이 바뀐 것을 아시고, "엄마 예쁘게 하고 오셨네."라고 말씀해주실 만큼 옷도 이상하지 않았다.

늘 외출하듯 입었는데 하루 편한 복장으로 나간 것이 아이는 못마땅했나 보다.


나는 다시 아이에게 "그럼, 엄마 창피하다고 앞으로는 친구들에게 엄마 소개도 안 해주겠네"라고 말했더니,


아이는"나한테 엄마가 창피한 것은 괜찮은데,

다른 사람에게 엄마가 창피하여 보이는 건 싫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


순간 감동도 오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한테처럼, 타인의 눈에도 늘 멋지고 최고로 보이길 바라는 것 같았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부지런히 깔끔하고 예쁘고 멋진 엄마로 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렁각시, 다시 만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