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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두려움이 다가올 땐.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니 벌써 겨울이 금방 찾아올듯한 생각이 먼저 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늘 새롭게 그 계절에 맞는 살림살이와 옷 등을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게 되듯,

마음도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며, 급변하는 날씨에 곧장 동반 승차한다.


늘 돌고 돌아 찾아오는 낯설지 않은 사계가 어김없이 이번에도 제 순서를 지키며 찾아왔지만,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마다 늘 몸과 마음은 마치 처음인 듯 새롭게만 반응하곤 한다.


며칠 전까지도 심한 더위에 시원한 바람만을 간절히 찾아다녔는데, 벌써 조석으로 제법 싸늘해져 가는 가을 날씨를 맞이하게 되었다.

가을은 활동하기에는 무척 좋은 계절이건만, 잠시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도 추운 겨울이 발을 슬쩍 내밀어 찌릿한 추위의 위세를 떨친 것처럼, 미리부터 겁을 내기도 한다.


겨울과 여름의 힘겨운 시간들을 또 만나고 부딪히고 겪어내야만 하는 두려움에 갇혀, 그들 사이에 부드럽게 주어지는 봄과 가을의 안정적인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바로 이어질 견디기 힘든 계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짧은 봄과 가을을 한탄하고 아쉬워하면서, 즐겨보지도 못한 채 그냥 덧없이 흘려보내고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삶에서도 이런 날씨와 마찬가지로 닥치지 않은 일에 미리 겁을 먹는 경우가 많이 생기곤 한다.


미리 생각하는 걱정으로 인해,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려 나를 집어삼켜버리곤 한다.


'나다운 나'대신 불안함과 걱정으로 둘러싸인 '겁쟁이 나'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미리 하는 걱정으로 다가오는 심각한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할 수는 없다.

걱정에 걱정을 더하여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는 있어도 말이다.


오늘의 일상에도 여름 더위의 짜증과 겨울 추위의 호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나, 그런 다기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에 미리부터 시달리지  말고, 순간순간을 즐기며 살 수 있는, 현재에 대한 인정과 여유를 지닐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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