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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내려놓는 육아.

아이의 기질.

한 아이가 자라나 언니가 되고 어른이 되고 이어서 엄마가 되며 다시 딸아이를 키우게 되다 보니 과거의 나와 내 아이와의 모습을 나란히 바라보는 날이 늘어갔다.


나와 닮은 듯 전혀 다른 내 아이를 보며 나는 나를 키우듯 내 아이를 키우고 있음을 느꼈다.

나와 다르기에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양육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다른 나처럼 내 아이를 대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위로하고자 하는 말이 될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의 관습상 독박 육아가 많은 요즘  시대에 아이에게 소리 한 번 안 지른 엄마는 거의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 번씩  언성을 높인 날에는 아이의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면서 다음날부터는 꼭 참아보리라 보다 다정한 엄마가 되어보리라 다짐했지만 늘 쉽지 않았다.


어느 날은 너무 아이와의 관계가 힘들어 혼자 저절로 내뱉은 말이 있었다.


"나랑 다르니까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라고.


그 당시에도 몰랐다.

그저 한숨과 함께 속상함에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이 말이 내 힘든 삶에 진짜 답을 줄 열쇠가 됨을 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독특한 인생을 살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그 수많은 경험을 축적하면서  개인 고유의 특정한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그로 인해 선과 악, 그리고 도덕적 기준선까지도 각자 다양하게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자주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일반화된 세상의 가치 있는 기준으로 착각하며 자기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그 기준에서 바라보며 그 기준에 맞추려 하거나 그 기준에서 벗어나면 비난하는 경우도 생기곤 한다.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어릴 적 받았던 교육방식과 그것에 맞춰 반항 없이 잘 따라갔던 시절을 생각하며, '시키면 하고 하지 말라면 안 하면 되는 것'을 우리 아이는 왜 이 단순한 것이 힘들까 고민했다.


나는 세상에 나올 때부터도 순둥이로 쑥 ~ 나와 부모님의 부르심에 늘 순종하는 아이였다.

그런 내게 친정어머니는 "너 같은 딸 낳아서 편이 살아라."라고 말씀해 주실 정도였기에 나와 다른 내 아이의 끊임없는 호기심과 활발한 기질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활동량이 많은 남아들을 키우는  엄마들조차도  내 어깨를 두드리며 "힘드시겠어요~."하고 위로를 건네곤 했으니 말이다.


"그냥 애를 놔두세요. 자기가 다치면 다신 안 그래요~"라는 그 흔한 말도 우리 아이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었다.

2살 때부터 창문을 머리로 박아 유리알이 촘촘히 머릿속에 박히는 일부터 잠잘 때 조차도 높은 곳을 찾아 침대 위에 대형 쿠션까지 올리고 그 위에  올라가서 자는 우리 아이이기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일은 예사였다.

그러다 보니 6살인 지금도 놀이터에서  늘 곁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예민한 고슴도치 맘으로 오해하기도 하나 반나절 함께하다 보면 모두들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이런 아이를 보며 나는 여러 가지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다양한 경우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장황하게 쓰여 있었으나 내 아이에게 맞는 구체적이고 정확하고 완벽한 답안은 없었다.

어쩌면 그런 답안을 찾은 일은 애초부터 무모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 아이의 독특한 기질은 통합적이고 일반적인 육아서 한 권으로는 설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내 아이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나와 다른 내 아이에게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 대신 내 아이에게 어울리는 육아방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그것을 찾고 실행하기까지는 기나 긴 시행착오와 마음의 갈등을 빚겠지만 지쳐만가는 오늘의 나와는 다른 모두가 즐거울 또 다른 내일을 위해, 내 아이의 새로운 더 큰  행복을 위해, 쉽진 않겠지만


'나를 내려놓는 일'을 실천해보려 한다.



*여러분의 자녀들은 모두 안녕하신가요?

여러분의 자녀들은 여러분의 자녀로 자라고 있나요?

아니면 한 아이의 독특한 모습과 기질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으며 잘 자라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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