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 무거운 눈꺼풀이 저절로 닫히며 오늘의 수고에 답례를 표하는 시간이 어느 때부터인가는 그리 당연한 일과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너무 피곤하거나 생각이 많을 때에도 쉽게 잠에 빠져 들지 못한다.
나 역시 편하게 잠을 청한 날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기억에서 멀어진 날이 되어버렸다.
처음 시작은 건강의 악화 때문이었으나 가끔은 스트레스와 잡념도 한몫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또 새로운 생각이 추가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람쥐 챗바퀴 돌듯 늘 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았는데 잠시 한숨 고르는 시간, 갑자기 나의 내면과 대면하게 되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혀 버린 듯 그 끝을 알 수 없는 일정한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은 아깝게 흘러가고 변화 없는 삶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들어온 순간이었다.
어렸을 때에도 늘 열심히 살았기에 주변인들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받고 살아왔기에 후회 없는 삶이라 여기고 살아왔건만 마음속이 녹슬어 작은 삐걱거림이 생긴 줄도 몰랐던 것이다.
지금은 이력서에' 가진 것은 성실밖에 없다.'는 문구는 그 옛날의 자랑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고 이것은 '나는 무능력하기에 할 줄 아는 것은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없다.'는 말과 동의어로 통해 쓰면 안 되는 말이라 하니 내 인생의 시간과 같은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이 문득 뇌리를 스쳤다.
순간 '아차'하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지금의 삶에 안주하고자 한다면 지금 이대로의 삶을 살아갈 뿐이고 이 한 번뿐인 인생에 마음에서 꿈틀거리며 삐걱거리는 소리에 응답해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새로운 일에 힘겨운 한 걸음이라도 떼게 된다면 보다 멋진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낳고 몸이 좀 안 좋아진 후 회복이 더뎌지고 게다가 나이가 들어 중년이라는 나이에 다가가는 요즘, 점점 하나씩 '나'라는 한 사람의 존재의 의미는 잃어버리고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고 지금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빠져 살고 있었다니 참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살기가 싫어졌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졌다.
그냥 단순히 무사히 하루를 보냈음에 한 요일, 한 주가 지나갔음에 감사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바꿔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둘째로 태어난 탓인지 나는 늘 경쟁의 그늘진 모습 속에서 좌절도 많이 하며 수없이 마음을 다독이며 내 또래의 남자들과도 경쟁해지지 않겠다는 욕심까지 부리며 지독하게도 나를 채찍질하곤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썩 좋지만은 않았다.
직장 내에서의 입지와 월급 인상은 누구보다도 빨랐으나 너무 빨리 지쳐버린 내 몸과 마음만이 뒤를 이어 나타났다.
이 결과가 지금의 현실안주로 나타난 것 같아 속상했다.
무언가 다시 움직여 새로운 실타래의 끝이라도 잡고 싶어 졌다.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다행히 그 날을 위해 늘 작은 시간은 투자해오곤 했다.
행운의 여신이 나를 향해 오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자는 그 행운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 나의 일관된 인생의 마인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조금의 용기와 조금 더 큰 움직임으로 내 안의 꿈틀거리는 꿈과 새로운 인생을 향한 도전에 곧 그리고 꼭 응답하고 싶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