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삶의 시간이 혼자만 멈춰 버리는 경우가 있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쓰러뜨리면 바로 일어서고 쓰러뜨리면 또다시 바로 일어나는 오뚝이 같은 삶을 살다가도 갑자기 멈춰버린 시간.
주변만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도 흘러가고 있는 주변 시간과는 다르게 나에게만 멈춰져 당황스러워진 순간.
그 무엇도 할 수 없고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극대의 공포의 대상을 마주한 듯 발 한 걸음 떼기 무거운 무너져 녹아내린 나만의 시간들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러한 시간이 찾아오면 당황스럽고 복잡한 마음에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 한 채 엄마 잃은 어린아이처럼 길 한복판에서 엉엉 울고 싶어 지고 만다.
누군가가 더 이상은 내 손을 잡아끌지 못하고 내가 스스로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터줘야만 하는 역할만을 강요받는 사회적 시선과 위치를 가진 채 살아가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삶은 이어지고 누군가는 길을 터 주어야 하기에 개척자는 늘 힘들 수밖에 없겠지만, 그 길이 지치지 않도록 앞으로 계속 나갈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도록 그 누군가가 사랑이 담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커지곤 한다.
그렇게 느려진 발걸음 뒤로 살며시 주저앉아 방향성을 잃고 머뭇거릴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자국만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손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쩌면 더 간절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늘 혼자 같지만, 둘러보면 누구나 늘 홀로 서있지 않음을 알면서도, 어쩌면 여기저기 치이며 생긴 아픈 생채기로 인해 바로 보이는 따뜻한 손길을 아득한 안갯속에 감춰 버린 채, 모른 척하며 혼자 절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늘 현실은 냉혹하고, 견뎌내야 하고 갑갑하다고 느끼지만, 큰 일들이 한 번씩 휘몰아치며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나면 일상은 언제나 태풍의 눈처럼 잔잔하게 나와 우리 자신들을 서로 지켜주며 살아가고 있었음을 깨닫게 돼 듯이 어쩌면 이 멈춰버린 시간은, 작은 지루함 정도의 먼지가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다.
작은 먼지도 쌓이면, 작은 마찰에도 폭발을 일으킬 수 있듯, 작은 먼지를 먼지로 인식하고 마음을 열고 깨끗하게 손질하고 닦아 내며 살아갈지, 그 속에서 같은 먼지들을 수북하게 얹고 살아갈지는 바로 각자의 몫이라 생각한다.
크고 작은 절망기가 오면, 반드시 그 뒤에는 흘려가는 시간과 새로운 시간이 동시에 존재하기에 오늘은 비록 주저앉아 있을지라도 괜찮다.
그렇기에 나는 충분히 주저앉아 보리라.
더 주저앉아 보리라.
이 시간을 오롯이 더 즐기고 견뎌보리라.
바닥이 보이면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에 도약하는 힘은 누구보다도 더 강해질 수 있음을 알기에!
그렇게 그 속에 쌓인 먼지를 툴툴 털고 일상을 다시 일상답게 살아보리라.
나는 그렇게 또다시 멈춰버린 시간을 뒤로 다시 현재를 일상을 살아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