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리사 Jun 19. 2023

힘들음에 매몰되지 않는 법 feat 기차여행

리사의 love yourself

만나면 늘 찐 수다로 유쾌, 상쾌, 감동이 있는 모임, 세 친구가 만난다. 셋 중 한 명이 분당으로 이사를 가고 몇 달이 흘렀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기로 한 우리들의 첫 모임.


첫 기차여행.


셋이 각각 살고 있는 창원과 분당, 그 중간 정도인 동대구역을 목적지로 하고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만난다. 항상 이동 수단은 자동차였는데 기차를 타니 또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왜 그동안 이런 여행을 자주 하지 못했을까? 친구들과 나들이는 당일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마음만 먹으면 기회는 많았을 텐데.' 자주 떠나자고 마음으로 혼자 다짐을 하며.. 참 감사하고 좋아서 설렘을 안고 기차를 탄다.



기차 안에서 문득, 사람들을 보며, 친구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세 명의 사람이 모이면 세 명의 스토리가 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책이라면, 그 책에는 여러 가지 스토리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때그때 꿈틀대며 그 책은 새롭게 쓰이고 변화한다. 마치 생물처럼, 책이 살아서 숨 쉬는 것이다. 과거의 페이지와 현재의 페이지가 교차하면서 우리는 그날 그렇게 각자의 인생 책에 한 페이지를 썼다. 나는 그날의 페이지 제목을 이렇게 적었다.


"힘들음에 매몰되지 않는 법"


나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살면서 힘든 일들이 닥친다. 정말 사고처럼 그렇게 힘든 일들이 내 삶의 집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나의 의지가 무색하게도, 문을 열어 주고 말고 할 사이도 없이 그렇게 문을 두드림과 동시에 들이닥치는 경험. 불편한 소식을 그저 껴안아야 하는 암담함. 친구들과 오랜만에 밀린 수다를 나누다가 또 느끼는 것이다. 나에게, 너에게, 그렇게 소식들은 들이닥치고, 우리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나라는 책에 나는 '내레이터'이다. 어떻게 스토리를 받아들이고 써 내려갈까. 절망과 고통을 조명할 것인가? 감사와 그럼에도 다행, 기도를 써내려 갈 것인가. 항상 선택 앞에서 마음이 앞장서서 나를 괴롭힌다. 나를 괴롭히던 것은 결국 내 목소리였다. 절망의 편에 서서 나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그 내레이터의 목소리. 그러나 다시 내 안을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희망을 써 내려갈 내레이터도 함께 있다.



이제 힘을 실어 준다. '그럼에도'를 외치며 그 희망이에게 마이크를 주며, 나를 위한 스토리를 잘 써내려 가주길 바란다. 그렇게 다시 나는 내 삶의 주인공자리를 당당히 가져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또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긍정의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앞서, 불안하고 슬픈 그 아이의 마음을 봐주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잠시 불안을 같이 느껴 준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불안에 한 덩어리가 된 그 불안한 아이에게 마음을 주는 일도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힘들음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힘들음에 잠시 담겼다 나와야 하는 이치이다. 그러나 너무 길게 있지 말고, 진한 포옹을 해주며 그렇게 나와야 한다. 희망을, 감사를 말하는 내레이터의 손을 잡고 그렇게 다시 올라오는 일이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삶을 지켜나갈 힘이다.  친구들과 7시간가량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차를 타고 오가며, 맛있는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생각한다. 우리가 쏟아낸 수많은 말들보다 한 번의 함께 하는 에너지와 눈빛, 따스한 기운이 우리를 살게 한다.


힘든 일들 뒤에는 항상, 그만큼의 마음고생을 보상해 줄 더 좋은 일들이 기다린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면 그다음은 좋은 일들 뿐이다. 지나간 나의 시간을 봐도 그랬다. 그때는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나는 그렇게 고통스러웠을까를 곱씹었는데 이제는 안다. 그 조각들은 다 이유가 있는 조각들이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마스터 피스', '하나의 작품', '한 권의 책'을 향해 달려간다.



오늘도 그렇게 한 부분을 장식하며, 이유 있는 고통과 이유 있는 행복, 이유 있는 만남만이 있을 뿐이다. 이유 있는 책을 만나고, 이유 있는 말을 만나고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이 일로부터, 이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보고 느껴야 까? 그렇게 나는 기차여행 그날의 나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기억 속에서 추억 속에 간직하며 다시 오지 않을 아까운 시간이지만, 충분하다 여기며 그렇게 페이지를 닫는 것이다.



힘들음에 매몰되지 않는 법은, 힘든 마음을 떨어져 바라보며, 그럼에도 한번 더 감사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도 혹시 만나고 싶지 않은 힘들음이 당신의 삶에 문을 두드리고 막무가내로 쳐들어 온다면, 잠시 진한 포옹을 나눈 후 잘 떠나보내자. 결국 우리의 삶은 해피엔딩이니 두려워 말고 그렇게 바다를 향해 발걸음을 옮겨놓으면 된다. 오늘도 감사와 행복을 선택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그래서, 그러니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평온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